‘이명박 출사표-박근혜 배수진’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왼쪽).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수원=김동주 기자

■李“난 일하는 법 알아… 국가 CEO 될 것”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위한 당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며 “정권 교체 없이는 새로운 도약이 불가능하다. 무능한 세력을 유능한 세력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하는 법을 안다”면서 “국가 최고권력자가 아니라 국가 최고경영자가 되고자 한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동영상]이명박 대선출마 선언 “최고권력자 아닌 최고경영자 될것”

그는 “국민은 자신감을 잃고 낙관의 역사가 비관의 역사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 뒤 “무능한 이념세력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기회의 나라가 좌절의 나라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대한민국이 이대로 주저앉느냐, 새롭게 도약하느냐는 앞으로 5년 내에 결정될 것이다”며 “앞으로 5년이 한민족의 21세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힘, 긍정의 힘을 믿는다”면서 “남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여는 창조적 리더십,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리더십, 도전과 시련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리더십이 있어야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7% 경제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대 강국을 실현하고 한반도 대운하와 국제 과학 비즈니스 도시, 교육 개혁 등 국운을 융성시킬 창조적 프로젝트도 성공시켜야 한다”며 “북핵 문제를 풀어 신한반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본은 국가가 책임질 테니 국민 여러분은 맘껏 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박희태 의원 등 캠프 소속 의원 30여 명과 팬클럽 ‘MB연대’ 회원 등 10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 전 시장은 출마 선언에 앞서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 때문에 경선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의 출마 선언에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朴“1000표 줄테니 당초 합의대로 하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을 공식 거부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해 당 내분 사태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앞서 중재안과 관련해 “이런 식이라면 원칙도 없는 당이고 이런 식이라면 경선도 없죠”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경선 룰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박 전 대표가 경선에 불참하거나 경선 자체가 무산되면서 대선 구도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얼마나 어렵게 다시 일으켜 세운 정당인데 한 분의 이익 때문에 당 전체가 흔들리고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며 “대단히 심각하게 당의 기본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며 당의 근본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재안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받을 수 없다.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경기 수원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대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공당의 룰이 무너지고 당 신뢰가 떨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제가 1000표를 (이 전 시장에게) 드리겠으니 합의한 원칙(8월, 20만 명 경선)대로 하자”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합의대로 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합의한 대로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다”라며 “게임에서 선수들이 뛰다가 잘 안 된다고 룰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바꾸자고 하면 그것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나”고 말했다.

그는 ‘경선도 없다는 말이 경선 불참이나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말을 제가 한 적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말은 당장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강 대표의 중재안이 당헌으로 확정될 경우 불참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탈당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1000표’ 발언은 당원과 국민의 신성한 표를 노름판의 판돈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수원=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