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자식 벌써 셋 행복감에 중독돼 버렸어요”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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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입양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 유두한 김정화 씨 가족. “외로운 아이들에게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전해 주고 싶었다”는 이 부부의 오랜 꿈은 세 아이 입양으로 열매를 맺었다. 전영한 기자
10일 입양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 유두한 김정화 씨 가족. “외로운 아이들에게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전해 주고 싶었다”는 이 부부의 오랜 꿈은 세 아이 입양으로 열매를 맺었다. 전영한 기자
“입양한 첫째 아이가 외로울까 봐 둘째 아이를 입양했고 셋째도 입양하게 됐죠. 남을 의식하진 않았어요.”

유두한(53) 김정화(50) 씨 부부는 1999년 정빈(8) 군을 입양할 당시 대학생이 된 두 딸이 있었다. 아내 김 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롭게 자라 외로운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씨는 선뜻 동의했다.

김 씨는 오랜 ‘소원’을 이룰 기회를 맞았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 소개로 입양 전문기관을 찾아가 상담한 뒤 입양할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새 가족을 맞아들이는 일에 큰딸은 흔쾌히 동의했다. 한때 입양에 반대했던 둘째 딸(27)은 “동생들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죠. 이젠 동생들과 다니다 보면 아이 엄마로 오해받기도 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 가족은 2001년 민성(7) 군, 지난해 채울(8) 양을 차례로 입양했다. 맏아들 정빈 군은 2001년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충격을 줬다. 이들은 “내 아이를 잘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사랑으로 정빈 군은 3급으로 호전됐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 유 씨는 불황 탓에 수입이 넉넉지 않다. 정부가 입양 장애아에게 지급하는 월 양육보조비 55만1000원과 연간 치료비 300만 원을 받고 있지만 이 돈으로는 턱도 없다. 정빈 군 등에게 드는 치료비만 월 100만 원 선이다.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돈이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3월에 세 아이가 한꺼번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이들 부부는 20여 년 만에 다시 초등학생 학부모가 됐다.

김 씨는 “급식당번 등으로 1주일에 3번 이상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입양 가족들을 상담하는 등 ‘입양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입양 사실을 감추지 않고 키워 아이들이 자라면 친부모를 찾아 줄 것”이라며 “아내의 건강이 허락되면 아이들을 더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입양 현황에 따르면 15만9044명(69.8%)이 해외 가정, 6만8939명(30.2%)이 국내 가정으로 입양됐다.

이들 부부는 제2회 입양의 날인 11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이날 한국입양홍보회 설립자인 미국인 스티브 모리슨(최석춘·51) 씨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것을 비롯해 모두 42명이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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