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실험용 생쥐야, 걱정마…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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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사진. 약물을 많이 흡수할수록 붉은색을 띤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실험용 쥐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사진. 약물을 많이 흡수할수록 붉은색을 띤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제 죽으러 가는구나.’

실험용 쥐 ‘미키’는 고무장갑을 낀 손이 몸을 덮치자 ‘때’가 왔음을 알았다. 새로 개발된 B형 간염 치료제의 효능 평가 실험대상이 돼 며칠 전 주사를 맞았을 때 이미 운명은 결정됐다. 이제 차가운 메스가 배를 가르면 간의 일부가 잘려 현미경 렌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몸이 묶인 채로 ‘장비’ 안에 들어가자 불이 번쩍.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배에 닿은 것은 날카로운 금속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었다. 아니 어찌 된 일이지?

한국원자력의학원 최태현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창현 박사팀은 동물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의약품 섭취 정도나 부작용을 판별할 수 있는 실험동물용 고해상도 영상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의약품의 효과나 부작용을 파악하려면 약물을 투여한 실험동물을 해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 박사가 사용하는 장비는 소형 동물용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다. F(불소)-18, C(탄소)-18, I(요오드)-124 같은 방사성 물질을 약품에 합성한 뒤 실험동물에 투여한다. 그러면 방사성 물질의 핵이 붕괴하면서 감마선을 방출한다.

이 감마선을 검출해 3차원 영상으로 만들면 약이 몸속에 얼마나 흡수됐는지, 건강한 세포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알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보고하는 ‘리포터’ 구실을 하는 셈이다.

최 박사는 “작은 실험동물의 몸속에 약이 흡수되는 정도를 PET 영상으로 반복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사성 표지물질을 개발 중”이라며 “해부학적 영상으로는 검출하기 어려운 생리적, 생화학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뇌질환이나 암 치료용 의약품의 효과를 판정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동물 실험을 하더라도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동물 실험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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