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고액권에 과학자 얼굴… 이번엔” 우리도 한명쯤…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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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화폐 속의 과학자들위부터 시계방향으로데모크리토스/그리스/100드라크마알레산드로 볼타/이탈리아/1만 리라갈릴레오 갈릴레이/이탈리아/2000리라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독일/10마르크마리 퀴리/폴란드/2만 즈워티
세계 화폐 속의 과학자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데모크리토스/그리스/100드라크마
알레산드로 볼타/이탈리아/1만 리라
갈릴레오 갈릴레이/이탈리아/2000리라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독일/10마르크
마리 퀴리/폴란드/2만 즈워티
2009년 상반기에 5만 원권과 10만 원권이 새로 발행될 예정이다. 새 지폐의 도안에 누구의 얼굴을 넣을 것인지를 놓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5만 원권에 들어갈 얼굴의 주인공은 과학자나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 지폐에 과학자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폐에 과학자가 등장한 적이 아직 없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화폐에서 과학자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대 의대 정태섭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하기 전에 통용되던 107종의 화폐 중 24%에 달하는 26종에 과학자의 얼굴이 등장했다.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1997년부터 오스트리아 1000실링짜리 지폐에 실렸다. 그의 발견은 면역학 분야의 기초를 닦아 병원에서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성으로 처음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1989년부터 폴란드의 2만 즈워티짜리 지폐에 등장한다. 친정인 폴란드의 지폐에는 마리 퀴리 홀로 실렸지만, 시댁의 나라인 프랑스의 500프랑짜리 지폐에는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실렸다는 점도 흥미롭다.

1979년부터 스위스 10프랑짜리 지폐에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등장했다. 시력을 잃고도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은 집념의 과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50크로나짜리 지폐에 1986년부터 등장한 과학자는 식물학자 칼 폰 린네. 식물을 체계적인 계통으로 처음 분류했다. 1778년 린네가 죽으면서 남긴 식물표본을 웁살라대에서 인수하지 않자 가족들은 영국에 팔아버렸다. 그 뒤 린네의 모국이 아닌 영국에서 ‘린네학회’가 발족됐다.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1993년부터 세르비아의 100디나르짜리 지폐에 실렸다. 당시 유고슬라비아(현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6개 나라로 분리) 사람들은 테슬라가 로봇공학, 핵물리학, 컴퓨터공학의 근간이 되는 전자기학의 기초를 닦았는데도 동시대의 미국 과학자 에디슨보다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 “학계에서 공론화 필요” 목소리도

화폐에 얼굴을 올린 과학자는 대부분 서양 근대사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의 문중양 교수는 “그동안 동양에서는 과학자를 천대했기 때문에 화폐에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고 하기보다, 근대사회 형성 이후 동양에서 과학이 서양만큼 활발하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섭 교수는 2004년 ‘새 지폐에 우리 과학자 얼굴 올리기 운동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조선 세종대의 과학자 장영실의 얼굴을 새 지폐에 넣자는 것. 정 교수는 “과학자와 일반인 총 2257명에게서 동의 서명을 받아 같은 해 12월 한국은행에 보냈다”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했던 연세대 기계공학과 임윤철 교수는 “화폐에 과학자의 얼굴을 넣는 것은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를 우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과학자의 얼굴을 화폐에 싣는 건 환영하지만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과학자를 선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예를 들어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인물 중 누가 정말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토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2003년부터 탁월한 과학기술 업적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과학기술인에게 귀감이 되는 과학자를 선정해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하고 있다. 현재 장영실을 비롯해 최무선, 허준, 우장춘, 이휘소, 김점동 등 23명의 과학자가 헌정돼 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박영규 과장은 “지금까지 화폐 도안에 넣을 과학자에 대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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