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룰 갈등]3인 “내 갈길로”…한나라는 어디로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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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대표 “마지막 결단”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왼쪽)가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규칙에 대한 중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강재섭 대표 “마지막 결단”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왼쪽)가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규칙에 대한 중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진로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강 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10일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예정된 경선 일정을 소화하는 ‘마이 웨이’를 선택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룰 변경 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 대표는 “주자들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중재안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재안 처리 방향타를 쥔 박근혜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중재안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경선에 불참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자칫 당을 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손에 쥔 카드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경선 불참이나 탈당은 단 한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합의가 안 되면 기존 당헌(6월 22일 이전, 선거인단 4만 명)대로 대선후보를 뽑으면 된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경선준비위원회 합의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의 표 대결을 통해 강 대표의 중재안을 무산시키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 내 일각에서는 △지도부 불신임 후 조기 전당대회 개최 △중재안 재검토 및 ‘6월에 선거인단 4만 명’으로 경선을 치르는 현행 당헌에 따른 경선 추진 등의 강경 대응론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당헌 개정을 위해 전국위원회가 소집되면 당내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이 전 시장과 ‘정치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본격 경선 준비에 나서는 이명박

이 전 시장이 당장 택할 수 있는 대안은 강 대표의 중재안이 결국 받아들여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당 분열을 우려하는 지지 세력을 우군으로 만들어 강 대표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전국위원회 표결로 가더라도 세 대결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박근혜-강재섭’ 고리가 사실상 끊어지게 만듦으로써 향후 경선 일정에서 강 대표의 실질적인 중립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이 당으로 파고들수록 당내 갈등은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내외 인사와 사무처 직원 중 박 전 대표 지지자가 이 전 시장 지지자보다 많다는 게 당내의 일반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또 현행 당헌에 따른 경선은 절대 안 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예정대로 1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12일에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을 여의도로 이전하고 14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캠프 선대본부를 출범한다.

○정면 돌파에 나서는 강재섭


촬영: 이종승 기자

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주자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대로 절차를 밟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두 주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거부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당초 예정대로 절차를 밟아 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관건은 강 대표의 ‘독자 행보’의 성공 여부다. 당 세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강 대표의 중재안을 거부한 이상 최고위원회의와 공석인 최고위원들을 뽑는 21일 전국위원회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재·보궐선거 참패에서 금이 간 리더십이 아예 깨지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물러설 수도 없다. 다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대표의 리더십이 아닌 ‘정치인 강재섭’의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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