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디펜던스 데이’…“7월 4일은 제2의 독립기념일”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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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립기념일(인디펜던스 데이·7월 4일)은 ‘에너지 인디펜던스 데이’가 될 것이다.” 갤런(3.78L)당 3달러를 훌쩍 넘어선 고(高)유가, 이상 난동과 지구 온난화, 토네이도 등 잇따르는 천재지변…. 요즘 미국에선 환경과 에너지라는 단어가 이라크전쟁, 테러리즘 못지않은 화두(話頭)다. 정치인 언론 싱크탱크 할 것 없이 연일 환경과 에너지를 주제로 백가쟁명을 방불케 하는 숱한 아이디어와 논쟁을 쏟아낸다.》

○…낸시 펠로시(민주) 미 하원의장은 8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유가(油價)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해 친환경 법안 패키지를 곧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독립기념일은 미국이 ‘에너지 족쇄’로부터 해방되는 제2의 독립기념일이 되도록 하자는 감성적인 호소도 곁들였다.

펠로시 의장은 “청정 대안 연료 사용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혁신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을 도울 것이며 기술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이날 한 회사에서 생산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트럭 포함)의 연료소비효율 기준을 2019년까지 갤런당 35마일(56.33km)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0년 이후부터는 연비를 10년간 매년 4% 향상시켜야 한다.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환경대세론 앞에선 힘을 쓰기 힘든 형국이다. 현행 기준은 2008년까지 승용차는 27.5마일, 트럭은 22.5마일로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의원도 “연방 정부가 빅3 자동차 업체의 건강보험 부담의 10%를 지원하는 대신 이들 세 회사는 그에 따라 절약되는 돈의 최소 50%를 자동차 연료소비효율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환경 이슈를 21세기 미국의 핵심 경제·안보 어젠다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씨는 “미국이 환경기준을 높이면 환경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 신규 투자, 연구개발비 집중을 통한 새로운 국부 창출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기업가 정신과 시장의 힘을 믿는다면 환경에서 21세기 미국을 1등 경제국가로 유지시킬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주창했다.

최대 과제인 테러리즘 대책과 환경 문제를 결합하는 논리도 정교해졌다. 미 언론은 “석유 가격과 민주화지수는 반비례한다. 석유 가격이 낮았을 땐 소련이 붕괴했고, 이란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했으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낮은 포복 자세였지만,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석유 독재가 시작됐다. 미국의 석유 중독이 중동 러시아 베네수엘라의 석유 독재를 영구화시키므로 안보를 위해서도 환경 기준 강화 및 대체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주요 대선후보들도 거의 예외 없이 “옥수수를 가공한 에탄올이야말로 미래의 에너지”라고 ‘에탄올 찬가’에 소리를 높이는 분위기. 교토의정서 가입 거부로 비판을 받아 온 부시 대통령도 2007년 핵심 국정과제로 석유를 대체할 에탄올 등 대안에너지 육성을 제시하며 ‘환경 대통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성 환경론의 허점을 짚는 소리도 들린다. ABC 방송은 7일 “에탄올은 생산 과정에서 식량 부족을 초래하고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량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석유처럼 파이프 공급이 안 돼 트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낭비돼 환경적 실익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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