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당 몰락 책임질 줄 모르는 ‘창당 3人’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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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독기 어린 설전은 당의 몰락 책임에 대한 ‘폭탄 돌리기’를 연상시킨다.

대들보는 무너졌고 서까래만 앙상한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두고 당 실패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당을 해체해야 한다”, “무원칙한 해체는 안 된다”며 말싸움이 한창이다.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패배 뒤 존폐 기로에 놓인 열린우리당에서는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참여정부에서 장관과 의장을 맡았던 두 사람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외부인사 영입도 가능하고, 통합에도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지난해 12월 25일 본보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보잘것없는데 그런 이야기(불출마 선언)를 한다는 게 무슨 임팩트(충격)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장도 같은 해 12월 20일 본보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이라는) 그 말이 가슴을 찌른다”면서도 즉답을 피했다. 측근들은 “지지율 3% 주자가 불출마 선언을 한들…”이라고 했다.

두 전 의장 모두 지지율이 높다면 불출마 선언도 생각할 수 있다는 분위기만 풍긴 채 책임 논란을 비켜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연정과 개헌을 추진하고 민생경제 부진 등의 실정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를 추락시킨 노 대통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후 지지도가 오르자 “통합은 지역주의”라며 두 전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모두 다 당을 이렇게 만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두 전직 의장의 언행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중도하차한 뒤 이제 자신들 없이는 범여권 대선후보를 논할 수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이에 앞서 본보가 8일 열린우리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60%를 넘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도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을 버려 대의를 살리는 ‘큰 정치’를 요구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남을 밟고 이(利)를 챙기는 ‘작은 정치’에 매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민동용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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