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품서 엉엉 운 60代아들…이산상봉서 39년만에 어머니 만나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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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납북어부 김홍균 씨와 남측 어머니 이동덕 씨가 39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납북어부 김홍균 씨와 남측 어머니 이동덕 씨가 39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납북자 김홍균(63) 씨는 39년 만에 안긴 어머니의 품속에서 “엄마를 못 볼 줄 알았다”며 어린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든여덟이 된 남측의 어머니 이동덕 씨도 아들의 볼을 쓰다듬으며 “홍균아, 홍균이 맞지”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9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선 1968년 5월 23일 속초항에서 ‘대성호’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납북된 김 씨와 어머니 이 씨가 감격의 상봉을 했다.

납북 당시 대성호는 안개가 낀 악천후 속에서 항해를 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으로 끌려갔다. 같은 해 11월 선원 8명 중 5명은 돌아왔지만 김 씨 등 3명은 끝내 귀환하지 못했다.

이 씨는 처음 만난 북측 며느리 고순희(56) 씨의 손에 가락지를 끼워 주며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 난 손자 2명은 군 복무 중이어서 상봉장에 나오지 못했다.

이날 상봉에선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 ‘특수가족’을 포함한 남측의 99가족이 북측 가족과 혈육의 정을 나눴다. 그러나 특수가족의 상봉에선 납북인지 월북인지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1951년 북으로 갔다가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의 두 아들을 만난 정혁진(72) 씨는 조카들의 주장에 망연자실했다. 정 씨는 두 살 위인 형 용진 씨가 1951년 전투 중 다리를 다쳐 인민군에게 끌려갔다고 했지만 조카 철민(43) 씨와 철성(39) 씨는 “삼촌이 목격했느냐”며 “아버지는 생전에 혼자 올라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1950년 충북 보은의 자택에서 납치당한 형 이중우(작고) 씨의 가족을 만난 양우(75) 씨도 북측 형수 조은현(69) 씨가 “남편이 의용군으로 입대해 제대한 뒤 우리 집에 살다가 나를 만나 결혼하게 됐다”고 하는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연방 물만 들이켰다.

금강산=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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