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세계 최강 ‘눈앞’ 도요타 왜 강한가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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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9일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서 열린 도요타자동차 2006회계연도 실적발표회.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자회사를 포함한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23조9480억 엔(약 192조 원)과 1조6440억 엔(약 13조 원)으로 13.8%와 1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끝에 일본 기업 중 처음으로 2조 엔을 돌파했다. 도요타가 세계 최강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자만은 죽음” 끝없는 위기의식이 힘의 원천

○ 도요타가 하면 뭐든 1등?

도요타는 올해 1∼3월 세계시장에서 235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74년간 ‘세계 1위’로 군림해 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고작 3개월 치”라며 “연간 기준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예상 매출액과 판매 대수가 각각 25조 엔과 889만 대라고 밝혀 GM을 따돌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쟁 상대인 GM은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확신이 없다”며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바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왕좌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요타는 국내시장에서의 간절한 숙원도 풀었다. 계열사인 다이하쓰가 2006년 경차 판매 실적에서 스즈키를 34년 만에 누르는 데 성공한 것. 도요타와는 경영 스타일이 판이한 스즈키는 지금까지 일본 국내에서 “도요타도 꺾을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말의 증명처럼 여겨져 왔다.

○ 민영 우편회사-NHK 등 도요타 출신 간부 영입

도요타가 승승장구하면서 도요타의 경영 스타일은 민간기업을 넘어 공공 부문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7년 10월 출범하는 우편사업회사의 초대 회장에 기타무라 노리오(北村憲雄) 전 이탈리아도요타 회장을 내정했다.

기타무라 회장 내정자는 도요타의 이탈리아 판매를 책임진 10년 동안 판매 대수를 10배로 늘린 ‘이탈리아의 기적’으로 유명하다.

이에 앞서 하세가와 고지(長谷川康司) 전 도요타 전무도 도로 관련 4개 공단의 민영화 조치에 따라 2005년 10월 발족한 수도고속도로회사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히라노 유키히사(平野幸久) 주부(中部) 국제공항 사장은 공항 건설 비용을 당초 예산보다 15%(1200억 엔)나 절감하는 수완을 발휘해 ‘도요타맨’ 영입바람에 불을 붙인 것으로 평가된다.

‘상업성’을 경계하는 공공기관까지도 ‘도요타맨’ 구인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직원들의 공금 횡령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공영방송 NHK가 지난해 9월 가나다 신(金田新) 전 도요타 전무를 이사로 영입한 게 비근한 사례다.

○ 효율성 극대화 생산방식… 판매력도 뛰어나

도요타가 강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첫손에 꼽는다.

TPS의 효과는 도요타 이외의 기업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일본항공(JAL)은 일본 국내의 정비 거점에 TPS를 도입한 결과 정비 일정을 35%나 단축했다.

도요타의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요타는 첨단 연구개발의 성과를 최고급 차종인 렉서스에 집중적으로 쏟아 부은 뒤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차종으로 확산시키는 판매 전략을 구사한다. 차별화와 구전(口傳)효과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솜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연 판매의 도요타”라며 혀를 내두른다.

일각에서는 ‘도요타의 그늘’이라고 지적하지만 임금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도요타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사원의 3분의 1가량은 비정규직이다. 협력업체들 중에서는 종업원의 절반가량이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

○ 잘나갈 때도 노사 임금인상 자제

끊임없는 위기의식도 ‘도요타 파워’의 원천으로 꼽힌다.

도요타 노조는 이익이 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던 2003∼2005년 3년 연속 ‘춘투(春鬪·봄철 일괄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요구를 포기했다. 2005년 초에는 순이익이 2년 연속 1조 엔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됐으나 한국과 유럽계 자동차들이 도요타를 급격히 쫓아오고 있어 경쟁 환경이 밝지 않다는 것이 임금 인상을 자제한 이유였다. 일본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올해 춘투에서 도요타 노조는 기본급 1500엔(약 1만2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결코 많은 액수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도요타 경영진 내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10∼20년 뒤에는 GM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비등했다.

결과적으로 노조도 한 발 물러서 노사가 전년과 같은 1000엔 인상에 합의했다.

○ “제2의 GM이 되지 말자”

최근 일본 사회가 도요타를 떠받드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도요타 내부에서는 “GM이 절정기였던 1952년 당시 찰스 어윈 윌슨 사장이 국방장관에 발탁된 것이 내리막길의 시작이었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 사회도 도요타가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질을 시작했다.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와타나베 사장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도요타의 ‘대기업병’ 징후를 비판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도요타의 생산조사부장을 지낸 한 전직 간부는 “도요타 공장의 주차장 철책이나 화장실 파이프에 페인트가 벗겨진 곳이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라며 도요타의 앞날을 걱정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히토쓰바시(一橋)대 이타미 히로유키(伊丹敬之·경영학) 교수는 “도요타의 실적을 보면 오만해지는 사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면서 “경영진이 이런 분위기를 문제라고 인식한다는 점이야말로 도요타가 아직 괜찮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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