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 순간!]“부장님, 저희 잊지 마세요”…‘내일의 기억’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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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의 나이에 ‘조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샐러리맨이 세상과 작별하는 방법을 그린 ‘내일의 기억’(사진)을 볼 때는 손수건을 지참해야 한다. 특히 이 땅의 ‘오륙도’와 ‘사오정’은.

회의시간을 깜박하고, 직장 동료의 얼굴을 까먹더니 급기야 늘 다니던 길을 잊어버려 회사로 구조 전화를 걸어야 할 상황까지 몰린 사에키(와타나베 겐). 한직으로 밀려나는 수모도 감수하면서 명예로운 퇴직 제의를 거절한다. 몇 달 뒤 딸의 결혼식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다. 의심과 경악, 동정이 범벅된 시선을 힘겹게 견디던 그는 결혼식 다음 날 26년간 혼신을 바친 회사를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때 정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직장 동료들. 자신들의 특징을 강조한 폴라로이드 사진에 저마다의 이름을 써서 건네며 그들이 외친다. “부장님,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어금니를 깨물며 돌아서는 그의 들썩이는 어깨. 아내의 얼굴까지 잊었지만 그 이름이 새겨진 찻잔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그의 티 없는 눈망울은 다 큰 사내들을 펑펑 울게 만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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