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Life]현장에서/디자인 만난 PC, ‘패션’을 입다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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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된 ‘대한민국 디자인 PC(개인용 컴퓨터) 공모 대전 2007’의 최종 수상작을 보면 ‘정말 이게 PC 맞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얀 쟁반 위에 세 개의 구슬이 올려져 있는 것 같은 PC가 있는가 하면, 벽에 걸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처럼 생긴 PC도 있었습니다. 국내 유명 패션 또는 건축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핸드백 PC’나 ‘화장대 PC’ 등도 많은 사람의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PC의 이런 과감한 변신 노력은 생존의 위협 때문이라는 사실을 2월 인텔코리아가 주최한 한 좌담회에서 알게 됐습니다.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 미래 한국 산업의 원동력’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비싼 돈 주고 산 PC가 집안의 흉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PC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하지 않으면 각종 디지털 가전제품 속으로 점점 잠식돼 들어가 끝까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습니다.

LG전자의 샤인폰 디자인에 참여했던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는 “휴대전화와 MP3는 완전히 패션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PC(의 패션화)는 가장 늦었다”고 말하더군요.

이에 대해 삼성전자 컴퓨터시스템 사업부의 김명중 수석디자이너는 “앞으로 주거환경에 잘 어울리는 PC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다양한 얘기 중에서 기자의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한 것은 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이야기였습니다. 불우이웃을 위해 봉사해 온 김원철 건축 디자이너가 소개한 내용입니다.

김 디자이너가 2001년 그 젊은 장애인을 만났을 때 처음 들은 얘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까지 1년만 더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음껏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PC 환경을 꾸며 줬더니 그 장애인의 인생이 달라지더란 겁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니 지난해에 대학까지 합격했고 요즘은 “자동차 운전도 하고 싶다”고 했다는 겁니다.

김 디자이너는 “PC 한 대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PC 앞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그 장애인을 상상하면서 ‘PC의 미래 전략도 결국 사람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형권 경제부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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