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초 우주선 여성이 탔을수도…성차별 막판 눈물

  • 입력 2007년 5월 9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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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밤하늘을 보는걸 유난히 좋아했지요. 네살 때인가 처음 비행기를 타봤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하늘을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지요. 그러자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스튜어디스(여승무원)가 될 수 있을거야'라고."

미국 텍사스주 리처드슨에 사는 제리 트루힐 할머니는 요즘도 텍사스의 평원 너머 밤하늘을 올려다보는게 취미다. 그리고 46년전 거의 손에 쥐기 직전까지 갔다가 완고한 성역할 관념의 벽에 걸려 좌절된 여성 우주비행사의 꿈을 생각한다.

8일 미국 언론들은 1960년대 초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3명의 여성들이 위스콘신대 오시코시(교열 참고 University of Wisconsin-Oshkosh ) 대학에서 12일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트루힐 할머니 등이 NASA의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1961년 당시는 여성들이 가사에 종사하는것이 당연했으며 인간의 달착륙(1969년)도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를 뽑는다는 소문을 듣고 수십 명의 여성이 지원했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13명이 끝까지 남았다.

이들은 미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머큐리 7'의 남자비행사들이 받은 것과 같은 훈련을 받았고 때로 남자 동료들 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감각 마비 훈련, 얼음물 속에서 버티기….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은 소련이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운 첫 유인우주선을 발사하자 NASA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받기 하루전날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지 로우 씨는 여성 비행사 양성계획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여성들은 공군 예비조종사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남자 우주비행사 후보생도 많은데 여성들로 인해 훈련 장비를 사용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루힐 할머니는 "당시 남자 비행사 후보들은 우리들을 '98파운드(44kg)짜리 레크리에이션용 장비'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

2년후인 1963년 소련은 첫 여성 우주인을 탄생시켰으나 미국은 1983년에나 여자 우주인이 나왔다.

이번 보도에 대해 NASA 대변인은 "1960년대 근무했던 사람들은 다 은퇴한 상태"라며 "지금 25명의 여자 우주비행사가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들의 꿈과 도전은 2003년 '머큐리 13: 우주비행의 꿈을 키운 13명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책으로 소개됐고 위스콘신대에서 신입생 교재로 쓰여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대학 측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선구자적 정신을 높이 평가해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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