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내 삶은 활기차다… 난, 비타민이 좋다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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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자 주요 백화점들은 비타민 전문매장을 마련해 판촉에 나섰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비타민 전문가가 고객의 체질에 맞는 비타민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비타민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자 주요 백화점들은 비타민 전문매장을 마련해 판촉에 나섰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비타민 전문가가 고객의 체질에 맞는 비타민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도와줘요, 뽀빠이~.”

왕년의 인기 만화영화 주인공 뽀빠이는 비실대다가도 위기에 처한 올리브가 외치는 한마디에 갑자기 힘이 솟아 악당 브루터스를 물리친다.

평소엔 약골이다가도 시금치를 먹으면 팔의 알통을 자랑하는 파워맨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처럼 힘이 솟을까. 시금치는 몸에 필요한 비타민A, B1, B2와 비타민C, 섬유질, 요오드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는 ‘비타민의 보고(寶庫)’다. 시금치 100g에는 65mg의 비타민C가 함유돼 있다.

“여러분 가운데는 회사에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친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이 몸을 망쳐 아프면 더 큰 손해입니다. 실패한 경험에서 많이 배웠을 테니 이제는 만회해 주십시오.” 몇 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놓고 종합비타민제를 나눠 주면서 한 말이다. 사장들의 처진 기(氣)를 북돋기 위한 처방으로 ‘비타민’을 택한 것이다.

비타민은 단순한 의학적 개념을 넘어 원기를 회복시키고 건강을 유지해 주는 ‘활력소’를 의미한다.

1937년 비타민C의 존재가 처음 화학적으로 밝혀진 이후 비타민은 꾸준히 인류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북미와 유럽에선 8000만~1억6000만 명의 성인이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00여 개 제약사가 5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한다.

한 해 시장 규모는 2000억 원대. 최근에는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다양한 비타민제가 등장하는 추세다.

먹고 마시는 것으로도 부족해 바르는 비타민까지 나왔다. 비타민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발랄한 연예인에게는 ‘비타민 같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가치 ‘비타민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한 방울 떨어뜨리는 참기름이 비빔밥을 감칠맛 나게 하는 것처럼 비타민은 녹슬고 지친 인간의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 ‘한 방울의 윤활유’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비타민은 몸에 꼭 필요한 양식이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많은 사람이 비타민을 약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유기질이다.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칼슘, 인, 나트륨 등의 원소는 무기질. 비타민은 아주 적은 양이 필요하지만 체내에서 만들거나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이나 영양제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

○인간에겐 비타민 C, 동물에겐 호르몬

비타민이라는 이름은 각기병을 연구하던 중 태어났다. 현미에서 각기병을 예방하는 ‘아민(amine)’이란 물질을 추출했는데 여기에 생명을 의미하는 ‘비타(vita)’란 라틴어를 붙였다. 아민은 오늘날의 비타민 B1. 이렇게 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물질이라는 뜻의 ‘비타미네(vitamine)’란 이름이 생겨났다.

하지만 새로 발견된 비타민 가운데 ‘아민’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있어 vitamine에서 e가 떨어져 나가 vitamin이 됐다.

비타민 개발은 특정 비타민의 존재와 효과를 알아낸 후 식품에서 추출하고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비타민 발견에서 인공적인 합성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비타민 C는 1928년에 발견됐지만 합성법은 1932년에 개발됐다. 비타민 A는 발견된 뒤 무려 35년이 지나서야 합성법이 개발됐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인간은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생물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동물은 하루에 300∼1600mg의 비타민 C를 스스로 만든다. 이 때문에 동물의 몸속에 있는 비타민 C는 비타민이 아닌 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인간도 처음부터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비타민 C를 만들려면 포도당과 간에 있는 네 가지 효소가 필요한데 이 중 일부가 퇴화한 것이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만들어낸 폴란드의 생화학자 캐시미어 풍크 등 많은 과학자들이 비타민에 대해 연구한 성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비타민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 무려 7명에게 노벨의학상을, 3명에게 노벨화학상을 안겼다.

특히 비타민 B1의 결핍이 각기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1929년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크리스티안 에이크만과 프레더릭 가울랜드 홉킨스는 지금까지도 ‘비타민의 아버지’로 칭송 받고 있다.

1970년대에 ‘메가 비타민 요법’을 창안한 미국의 라이너스 칼 폴링 박사는 두 번이나 노벨상을 받았다. 메가 비타민 요법은 질병에 걸렸을 때 하루 권장량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 많은 비타민 C를 투여하는 치료법. 이 요법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비타민

비타민 A, B, C, D는 자주 들어 익숙하다. 비타민 E, K도 그리 생소하지는 않다. 이들 6가지 비타민 외에도 비타민 F, 비타민 P, 비타민 T, 비타민 U 등이 있다.

지용성인 비타민 F는 흔히 ‘리놀렌산’으로 불리는 것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됐다.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이 태워지는 것을 도와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 또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혈액순환도 개선시킨다. 식사 때 비타민 F를 먹으면 흡수가 잘된다. 달맞이꽃, 해바라기씨, 홍화씨 등 식물성 기름에 다량 들어 있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보강하고 모세혈관의 벽을 튼튼하게 해 멍이 드는 것을 예방한다. 메밀과 귤, 레몬, 오렌지 등 과일에 많다.

비타민 T는 혈액 응고와 혈소판 생성을 돕는다. 이 때문에 빈혈과 혈우병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성분으로 평가받지만 비타민 추출이나 합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참깨와 계란 노른자 등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 U 또한 비타민 T만큼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궤양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논란 중이다. 양배추에 다량 함유돼 있다.

○어떻게 먹으면 좋은가

비타민제는 비타민 C나 E처럼 한 가지 성분의 단일제제와 비타민 B와 C를 섞은 복합제, 그리고 모든 비타민을 넣은 종합 비타민제로 나뉜다. 종합 비타민에 미네랄 성분을 넣은 것은 영양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종합 비타민제를 기본적으로 섭취하고 특별한 효과나 목적에 따라 개별 비타민제를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만으로는 필요량을 100% 충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종합 비타민제로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 무기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비타민 C를, 뼈를 튼튼히 하고 싶다면 비타민 D나 칼슘을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종합 비타민제와 개별 비타민제를 같이 섭취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흡수율을 높이려면 복용 시간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종합 비타민을 먹었다면 저녁에 비타민 C를 먹는 식이다.

또 소화를 돕는 비타민 B군과 칼슘은 식사 중, 또는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산성이기 때문에 속이 쓰릴 수 있어 식후에 먹는 것이 무난하다.

비타민 B와 비타민 C를 공복에 먹으면 효과를 보기 전에 빠르게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다. 종합 비타민제 역시 소화와 흡수가 활발한 식후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비타민 B군을 밤에 먹으면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비타민 C는 함량에 따라 다르지만 100mg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 서너 알을 섭취하면 된다.

춥거나 더운 나라로 여행할 때 비타민 복용량을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리면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다. 특히 긴 여행이나 장기출장처럼 주변 환경이 바뀔 때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에도 비타민 C의 섭취량을 늘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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