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폐하” 두 손 모은 백악관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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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연쩍은 웃음 7일 백악관 앞 잔디밭에서 7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환영식.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환영사 도중 말실수를 한 뒤 민망한 듯 웃으며 여왕을 쳐다보고 있다.
겸연쩍은 웃음 7일 백악관 앞 잔디밭에서 7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환영식.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환영사 도중 말실수를 한 뒤 민망한 듯 웃으며 여왕을 쳐다보고 있다.
금테를 두른 아이보리 그릇과 영국의 세공사가 만든 은촛대, 크림색 테이블보와 60송이의 백장미 장식….

방미 중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위해 백악관이 준비한 7일 만찬은 우아하고 또 화려했다. 16년 만에 영국 여왕을 다시 손님으로 맞는 미국의 설렘과 왕실의 의전에 맞춘 세심한 서비스가 최고조로 표현된 자리였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의 전례 없는 초특급 ‘여왕 맞이 행사’와 만찬 초청자들의 패션, 여왕의 반응을 자세히 보도했다. 여왕을 만났을 때의 인사법과 호칭, 식사 예절, 대화 매너 같은 왕실의 예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5코스로 진행된 만찬 메뉴는 완두콩 수프와 캐비아, 영국식 넙치 요리, 버섯소스를 뿌린 양 구이와 영국 농가의 수제 치즈가 곁들여진 로메인 샐러드 등. 앞서 진행된 오찬도 매운 것을 싫어하는 여왕의 입맛에 맞춘 레몬 리소토와 아보카도 샐러드로 차려졌다.

CBS방송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점심과 비교해 “치즈버거와 어니언링은 없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세기의 만찬’을 위해 연미복에 하얀 나비넥타이를 맸다. 검은색보다 한 단계 높은 흰색 나비넥타이는 최상위 의전이 필요한 자리에서만 사용되는 것으로, 로라 부시 여사의 권유에 따라 취임 이후 처음 시도한 복장이다. 로라 여사는 디자이너 오스카르 데 라 렌타가 디자인한 터키옥빛 드레스로 눈길을 모았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말실수를 해 이 자리에 모인 7000여 명의 웃음을 자아냈다.

환영사 도중 “‘여왕께서 미국이 지난 1700년대… 에 있었던 독립 선언 200주년 기념일을 축하하는 데도 도움을 주셨다”며 문장 초반부를 잘못 읽은 것. 잠시 후 잘못을 알고 ‘1976년’으로 정정했지만 여왕의 나이를 순식간에 200세 이상으로 만들 뻔한 순간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겸연쩍은 듯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여왕과 잠시 눈을 맞춘 뒤 “여왕께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짓는 듯한 미소를 보내 주셨다”며 실수를 넘겼다.

부시 대통령과 여왕은 환영사와 만찬사에서 양국의 교류 역사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공조를 언급하며 유대 관계를 강조했다.

여왕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구 온난화와 빈곤 문제 등도 언급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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