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의원 70명 설문]“盧대통령 국정만 전념을” 31명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장영달 원내대표 “내달 14일 전까지 대통합”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대통합 시한인 6월 14일 이내에 대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장영달 원내대표 “내달 14일 전까지 대통합”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대통합 시한인 6월 14일 이내에 대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적지 않은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해체 반대’와 대선주자 관련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의 진로에 대해선 ‘지도부의 통합 추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았다. 본보는 8일 열린우리당 의원 98명(107명 중 의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및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제외)을 대상으로 열린우리당의 최근 현안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통화가 된 70명 중 설문에 응한 의원은 50명이며 20명은 응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진로에 대해선 응답자 50명 중 37명(74%)이 ‘내달 초까지 지도부의 통합 추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 해체해야 한다’는 의원은 3명에 그쳤다.

범여권 통합 방식은 50명 중 31명(62%)이 ‘비(非)한나라당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제3지대에서 원탁회의를 구성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각 세력이 후보를 낸 뒤 나중에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방법’을 선호한 의원은 13명(26%)이었다.

본보 전화 설문조사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동안 많이 참았다는 듯 비교적 솔직하고 가식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특히 일부 의원은 감정이 격해지면서 특정인을 겨냥해 “싸가지 없는 행동” “가만 두지 않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답자는 당 지도부에 당의 진로를 일임한 만큼 “서로 자제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설전=노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당 해체 관련 발언을 모두 ‘부적절한 말’로 생각하는 의원이 가장 많았다.

두 전 의장의 당 해체 및 탈당 시사 발언에 대해선 ‘전직 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0명 중 26명(52%)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고 답한 사람은 28%인 14명이었으며, ‘잘 모르겠다’ 등 응답을 피한 사람도 10명(20%)이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62%인 31명이 ‘노 대통령은 탈당한 만큼 당의 진로나 대선 문제 등을 언급하지 말고 국정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6%인 8명에 그쳤다.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의원 사이에서는 견해가 극명하게 갈렸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제발 대통령 핑계 좀 대지 말고, 해체니 탈당이니 그런 소리 말고 자신들이나 좀 잘하라”며 “(두 분은) 진정 통합신당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친노 그룹인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에게) 국정에만 전념하라는 말은 마치 욕설처럼 들린다”고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친노 의원도 “당연히 할 말을 했다고 본다”며 노 대통령을 옹호했다.

반면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우원식 의원은 두 전 의장의 발언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규성 의원도 “당 해체는 2·14 전당대회 합의 이행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당의 진로와 통합 절차 및 방식=대체적으로 현 지도부의 방침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았다.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비한나라당 진영의 대선 예비 후보들이 제3지대에서 원탁회의를 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의원이 62%(50명 중 31명)로 가장 많았다. 열린우리당 사수파, 중도개혁 통합신당 등 범여권 제 정파가 각자 후보를 낸 뒤 나중에 단일화하는 방안에는 26%(13명)가 찬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공감하지만 이제는 실천할 능력이 없다”며 “나갈 사람은 나가서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가만히 꼴을 보니 틀렸다고 생각해 한쪽에서 어린애처럼 싸우고 그러는 것 아닌가. 각자 몇 토막이 돼서 이 소리, 저 소리 하다 벼랑 끝에 몰린 뒤에야 힘을 합치려고 하겠지. 그래서는 대통합이 어렵다”고 푸념했다.

한 여성 의원은 당의 존립에 대해 “(이미)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당 사수를 주장하며 비노 계열 의원들에게 ‘나갈 테면 나가라’고 말한 유시민 장관에 대해 김동철 의원은 “그런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탈당 여부는 좀 더 나중에 결정”=정치권에서는 이달 말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이 생존을 위해 추가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도부의 통합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탈당할 것인가’란 질문에 50명 중 25명(50%)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유보 의견을 밝혔다.

‘탈당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10명을 포함하면 70%(35명)가 통합 노력이 무산돼도 상당 기간 당에 남아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탈당을 검토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1명(22%)이었다.

우원식 의원은 6월 초까지 통합신당의 전망이 밝지 않을 경우 탈당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탈당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그쪽으로 이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의원은 “열린우리당 당명을 걸고 당선됐는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정할 때가 되면 유권자 여론조사를 통해 탈당할지 잔류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유지할 까닭이 없다”고 했으며, 홍미영 의원은 “내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출당을 요구해서 나가는 것도 모양새가 안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의 범여권 대선후보 가능성=범여권 예비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선 ‘손 전 지사의 중도개혁 노선에 공감하므로 함께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50명 중 35명(70%)이었다.

반면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출신이라서 함께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은 6명(12%)에 불과했으며 무응답은 18%(9명)였다. ‘손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우남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은 죄가 아니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여성 초선 의원은 “탈당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범여권이냐”며 “다음번에나 꿈꾸시라”고 했고, 또 다른 여성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단지 눈앞의 목표만을 위해 탈당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