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 못줘… 물건 더 사라”배째라 상품권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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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원 A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한 고급 빵 체인점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날씨가 더워 5000원짜리 팥빙수를 주문한 후 이 회사가 발행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냈지만 거절당했다. 직원은 상품권 액면가의 80%(8000원) 이상을 쓰지 않으면 거스름돈을 내줄 수 없는 만큼 3000원어치를 더 사라고 요구했다.

점심을 먹은 직후였기 때문에 배가 불렀던 A 씨는 거스름돈을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점포에 1000원짜리나 5000원짜리 상품권이 없는 만큼 물건을 더 사서 8000원을 채우라며 추가 구매를 강요한 것.

#2. 몇 달 전 주말에 이탈리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체인식당을 찾았던 B 씨는 식사를 마친 후 이 회사의 본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냈다가 봉변을 당했다. 종업원이 “주말 이 바쁜 시간에 상품권으로 계산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상품권으로 계산하려면 미리 얘기를 해야 한다”며 짜증을 낸 것.

어이가 없었던 B 씨가 “상품권으로 계산을 할 때 미리 얘기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따지자 종업원이 계산을 해 줬지만 불쾌함을 지울 수 없었다.

상품권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품권을 발행한 업체가 사용 잔액의 현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심지어는 상품권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급증하는 상품권 피해

늘어나는 상품권 관련 불만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지난해 접수한 상품권 관련 상담 요청 건수는 983건으로 2005년(723건)보다 35.9% 늘어났다. 2003년과 2004년의 각각 450건, 459건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상품권 발행업체가 피해 보상을 거부해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해 달라는 신청도 △2003년 29건 △2004년 38건 △2005년 51건 △2006년 93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고 관리가 부실한 기업들이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 상품권 교육을 하더라도 지점이나 가맹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별도 정산 등이 귀찮아 상품권 받는 것을 거부하거나 추가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

과거에는 상품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경제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백화점 등 공신력 있는 일부 업체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9년 2월 상품권법이 없어지면서 일정 기준만 갖추면 어떤 업체든 제한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 적극적으로 소비자 권리 찾아야

상품권 관련 피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사용 잔액 환급 거절은 상품권 표준 약관에 명백히 위배되는 사항이다.

상품권 표준 약관에 따르면 액면 금액의 60%(1만 원짜리 상품권은 80%) 이상에 해당하는 제품을 사면 잔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또 그 비율에 못 미치는 금액의 제품을 사면 상품권으로 거스름돈을 받으면 된다. 추가 구매를 강요하면 재경부가 고시한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에 따라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요청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장학민 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에 시정 요구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소비자원에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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