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안 보인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11일 내한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리더십 혁명

그들의 데뷔 무대 타이틀은 ‘뮤직 마이너스 원’이었다. 여기서 ‘원(one)’은 바로 지휘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무대 중앙 포디엄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27명의 연주자는 마치 ‘한 개의 폐’로 숨쉬는 듯 앙상블을 창조해 냈다.

1972년 창설된 미국의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OCO)’. 지휘자 없이 멤버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이 앙상블은 기업경영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텔,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노바티스 등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정도.

11∼16일 처음 내한하는 OCO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과 함께 비발디 ‘사계’를 협연할 예정이다. 1974년부터 멤버였던 바이올리니스트 로니 보시(54)에게 ‘오르페우스 프로세스’의 비밀을 들어 봤다.

○ 수평적으로 말하라

음악단체든 기업이든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지휘자(CEO)가 한다. 그러나 CEO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OCO는 과거 200년 동안 이어져 온 1인 카리스마의 전통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연주자 개개인은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음악을 함께 창조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사라 장은 “OCO와 3시간 동안 연습했는데, 합의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말과 아이디어를 쏟아내던지 깜짝 놀랐다”며 “그들에게 말하는 것은 생존의 기본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 합의도출 메커니즘을 만들라

악장을 투표로 결정한다. 악장은 축구팀의 주장이 아니라 플레잉 코치(선수 겸 코치)와 비슷하다. 그는 리허설을 진행하며 토론이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전체 리허설 전에는 우선 ‘코어(Core) 그룹’을 정한다. 이들은 악보와 작곡가를 연구하며 밑그림을 그린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 권한을 나눠 가지라

악장과 코어 그룹은 콘서트마다, 때론 곡마다 바뀐다. 이 때문에 한 곡 연주를 마치면 모든 멤버가 인사하고 퇴장하며, 돌아올 땐 앉는 자리도 바뀐다. 보시는 “우리에겐 리더십과 팔로십(followship)이 모두 중요하며, ‘서포팅(supporting)’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멤버는 가끔씩 바뀌지만 명성은 변치 않는다. 1990년대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든과 스코티 피펜만 있다면 나머지 세 명은 누가 있더라도 챔피언을 차지할 수 있던 것과 마찬가지. 각 파트에 리더십 프로세스에 정통한 멤버를 반드시 한 명 이상 배치한다.

○ 고객의 반응을 살피라

리허설의 마지막에는 멤버 한 명이 객석으로 내려간다. 그는 관객의 시각에서 사운드를 체크하고 균형감과 표현력 등을 점검한다. 보시는 “무대에선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동료의 귀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고 말했다.

공연일정은 11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 경기 수원시 문화의전당,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16만 원. 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