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결혼해 늦둥이 아빠된 IMF세대…

  • 입력 2007년 5월 8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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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한 3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최근 첫 아들이 생겼습니다. 늦둥이 아빠가 된 그에게 주위에서 축하 전화가 쏟아졌죠.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마냥 기쁘다는 표정은 아닙니다.

"이 나이에 애를 키워 장가보내려면 70살까지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어요?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인 주변 친구들이 그래요. 도대체 언제 다 키울 거냐고." 이 '늦깎이' 아빠는 이 때문에 예쁜 자식을 보면서도 걱정부터 앞섰던 겁니다.

지난해 전국의 출생아 수가 6년 만에 증가하고 합계출산율도 3년만에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본보 4월20일자 A1·12면 및 5월8일자 A13면 참조

정부도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반색했죠.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뻐하고만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출산율 반등의 주역은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 세대'로 불리는 30대입니다. 이들의 뒤늦은 결혼과 출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늙은 엄마와 아빠'가 앞으로 아이들을 무슨 돈으로 키우느냐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에서 양질의 노년층 일자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나이 들어서까지 직장에 몸담고 있기는 더더욱 어렵고요. 오죽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녀 대학 학자금까지 주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얘기가 오갈까요.

그래서 적절한 노인 일자리 대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이번 출산율 상승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늦둥이를 본 부모들이 노후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계속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겠죠.

결국 출산은 그 나라의 경제 사정과 소득의 문제입니다. 출산 축하금 수십만 원을 준다고 해서, 또 보육시설을 좀 더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출산율이 올라간 것은 아주 기쁜 소식"이라며 "원인을 잘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습니다. 올바른 정책은 단순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에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제 운용과 고용 촉진만이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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