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비리 '백태'

  • 입력 2007년 5월 8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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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업체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병역특례 제도 운영을 둘러싼 각종 비리 수법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새롭게 확인된 유형은 서류 조작을 통해 법인이 설립되기도 전에 이미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는 경우다.

이는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이른바 `유령업체'에서 병역특례 근무를 했다는 것이어서 검찰은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비리가 확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에는 몇 년째 영업 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 사실상 허울뿐인 회사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통상 산업기능요원 채용이 가능한 지정업체는 매년 7월 병무청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그해 11월 선정되고 이듬해부터 정원(이른바 `TO')을 배정받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2003년에 법인이 설립됐는데도 2000년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서류를 조작했거나 병무청에서 문제가 없는 업체 자리에 설립도 안 된 업체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비리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200여개 업체에서 법인 설립 관련 서류와 대주주 명부 등을 확보키로 했다.

검찰이 포착한 또다른 비리 유형은 부유층 자제인 산업기능요원이 복무 중 규모가 작거나 경영 상태가 열악한 회사를 직접 인수해 제대로 복무하지 않고 복무기간을 때우는 수법이다.

회사를 인수한 대표는 법인 등기를 변경해야 하지만 `대표이사 본인을 포함해 4촌 이내의 혈족을 근무시킬 수 없다'는 조항에 저촉되는 점 때문에 지정업체 허가를유지하고자 법인 등기를 바꾸지 않고 버틴다는 것.

검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부분은 채용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검찰은 현역대상자인 산업기능요원 TO가 2005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심사도 엄격해 짐에 따라 4~5년전 3000만~4000만 원 수준이던 1명당 채용 대가가 최근 5000만~1억 원대로 급등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돈을 주고 채용된 산업기능요원은 병무청의 실태조사 기간에만 잠깐 나와 근무하는 척하거나 이마저도 하지 않고 고시공부, 유학준비 등 개인 일을 하면서 복무기간을 채운 것으로 밝혀졌다.

금품 수수는 대부분 서울 강남권 부유층이 특정 IT 업체와 결탁해 상당 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자녀는 대학을 다니다 특정 IT업체 2곳 중 1곳에서 산업기능요원 복무하는 게 공식이다"란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직접적인 돈 거래 외에 병역특례업체의 사업과 연계된 포괄적인 대가를 제공하는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 아들을 채용해 주면 납품 단가를 낮춰주거나 거래를 터 주겠다는 등 제안도 있을 수 있다"며 "처벌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유력 인사와끈을 대려고 아들을 채용해 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이 불가능한 자격 미달자를 편법으로 뽑아 근무를 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학원에 한 번이라도 진학했거나 자격증이 없는 사람 또는 직계 또는 4촌 이내의 혈족 등 채용이 불가능한 사람을 근무하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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