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올해 화두는 지주회사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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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금호석유화학, CJ홈쇼핑, 웅진홀딩스, ㈜태평양, ㈜두산….’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예고한 기업들이다. 동양메이저, ㈜코오롱, 대한항공 등도 곧 지주회사 대

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재계는 지주회사가 대주주의 지분을 ‘합법적’으로 늘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다.

○ 8곳 최대주주 지분 평균 22.94%

본보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최근 ㈜LG, GS홀딩스, ㈜태평양, 농심홀딩스, 대상홀딩스, 세아홀딩스, ㈜대웅, KPC홀딩스 등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순수 지주회사 8개사의 지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 평균 8.97%였던 최대주주 지분이 7일 현재 22.94%로 늘었다.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면 우선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분리해야 한다.

인적분할 방식에 따르면 기존 회사의 주주는 이들 두 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로 나눠 받는다. 지주회사 대주주들은 주로 지주회사 지분과 사업 자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렸다.

우리투자증권 이훈 연구위원은 “기업분할 이후 사업 능력이 없는 지주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고 사업 자회사의 주가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주가 자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과 맞교환하면 더 많은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사업 자회사 지분과 맞교환

올해 2월 27일 지주회사로 전환한 태평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태평양은 지난해 6월 지주회사인 태평양과 사업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이때 기존 태평양 주주는 1주당 지주회사 0.379주, 자회사 0.621주의 비율로 주식을 나눠 가졌다. 태평양은 약 6개월 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 주식을 맞교환하는 공개 매수를 실시했다.

이때 주가에 따라 결정된 두 회사의 교환 비율은 아모레퍼시픽 1주당 태평양 3.38주. 지주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고 사업 자회사의 주가는 올라 기업분할 당시에 비해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가치가 늘어났다.

서경배 태평양 사장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태평양 주식과 맞바꿔 지분을 26.53%에서 55.7%로 끌어올렸다.

같은 방식으로 대상홀딩스 임창욱 명예회장의 둘째 딸인 최대주주 임상민 씨도 지주회사의 지분을 13.19%에서 30.36%로 높였다.

한국에서 처음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한 LG그룹도 이와 유사하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LG화학계열 지주회사인 LGCI와 LG전자의 지주회사인 LGEI가 2003년 합병한 회사다.

2001년 LGCI가 탄생할 때 옛 LG화학의 지분 0.69%를 갖고 있던 LG 구본무 회장은 옛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생활건강, LG화학 등 자회사 주식과 교환해 LGCI의 지분 4.5%를 확보했다.

○ 증손회사 허용도 추진

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상장 자회사 지분 20%’로 10%포인트 낮췄다.

자회사는 물론 증손회사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송인찬 연구위원은 “대부분 기업이 자사주(自社株) 보유비중이 높아 추가로 사야 할 자회사 지분 부담이 크게 줄어 앞으로도 주요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회사 체제는 투자자에게도 유리하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대체로 주가가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SK㈜는 지주회사 도입을 발표한 지난달 11일 주가가 4.7% 올랐고, 두산도 지주회사 요건을 갖췄다고 발표한 4일 10.38% 급등했다. 금호산업 한화 CJ 등도 올해 지주회사 테마로 주가가 오른 종목으로 꼽힌다.

대우증권 최용구 전문위원은 “증시가 지주회사를 환영하는 이유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의 대표적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과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서 자회사의 구조조정과 타 회사와의 인수합병(M&A)도 쉬워지게 된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가 증권시장에서 늘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게임회사 네오위즈는 지난달 지주회사 네오위즈와 3개의 자회사(게임, 인터넷, 투자)로 분할하는 체제로 바꿨으나, 사업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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