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확인 서비스의 진화… 애완동물-악기까지 추적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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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한 여중생을 인터뷰했는데 부모가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더군요.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의 10대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반도체 회사 인텔 본사에서 인간의 디지털 기술 수용 행태를 연구하는 알렉산드라 자피로글루(여·인류학) 박사는 2월 방한 때 한국의 자녀 위치 확인 서비스에 대해 놀라워했다.

아내가 수시로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는 회사원 김모(36) 씨는 “술집 밀집 지역에 가면 꼭 전화가 온다”고 푸념했다.

위치 확인이나 위치 추적 서비스에는 항상 범죄와 인권 문제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편리한 기술은 언제나 사용처가 있는 법. 2001년 휴대전화로 시작된 위치 확인 서비스는 애인과 자녀에서 치매 노인으로, 고가의 차량이나 악기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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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경 1m 범위까지 확인

“2월 이후 콜센터에 접수된 위치 추적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1일 평균 180건에 불과했으나 3월 중순 인천의 초등학생 유괴 살해 사건 이후 3배가 넘는 550여 건에 이릅니다.”

1월부터 개인용 위치추적기를 판매해 온 위치 추적 전문 업체 ‘한국위치정보’에서는 유아, 미취학 아동, 치매 노인, 정신지체 장애인, 애완동물 등의 위치 추적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16만 원 상당의 소형 단말기를 구입한 후 매월 9900원을 내면 실내외 상관없이 반경 1m 범위까지 위치를 확인해 준다.

기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위치정보서비스가 최대 1km의 반경 오차를 보이고 실내로 들어가면 위치 추적이 어려운 반면 이 서비스는 실내에 있어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2, 3월에 길을 잃은 치매 노인 3명을 모두 1시간 안에 찾아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자녀의 위치를 확인해 주는 서비스에는 SK텔레콤의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녀 안심 서비스’가 있다. 매일 8회 1시간 간격으로 자녀 위치를 부모에게 알려 주며 자녀가 일정한 지역을 이탈하면 즉시 부모에게 통보해 준다.

KTF의 만 12세 이하 어린이만 가입할 수 있는 자녀 위치 확인 서비스 ‘아이 서치’에는 4월에만 1만3000여 명이 가입했다.

‘아이 서치’는 자녀의 위치 정보를 최대 4명의 가족에게 자동으로 알려 주는 ‘자동 위치 알림’, 자녀의 이동 범위를 설정해 이를 이탈할 경우 자동으로 알려 주는 ‘안심존’,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자녀 발자취 보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스쿨버스 위치 인터넷 조회 서비스도

LG텔레콤에는 위급 시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고 보호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전송하는 ‘보디가드’,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친구 찾기’, 15분마다 상대방의 위치를 문자메시지로 알려 주는 ‘애인 안심 서비스’ 등이 있다.

한국위치정보는 LG CNS 전산장비 호송 경호 차량에 위치 추적 단말기를 부착해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 CNS IT센터까지 전산장비 경호 차량의 위치를 추적했다.

한국위치정보 관계자는 “호송차량 경호는 경호원들의 무선 연락을 통해 위치를 파악할 수밖에 없어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대처가 어려웠지만 출동경호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황실에서 호송 전 과정의 감독과 차량의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스모스악기와 제휴해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루트 등 고가의 관현악기 위치 추적 서비스도 한다. 명함 3분의 2 크기의 단말기를 악기 케이스에 부착하면 된다.

초등학교 스쿨버스에 단말기를 부착해 학부모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스쿨버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조회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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