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청와대 브리핑서 김근태-정동영 원색 비난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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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 “탈당”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위 사진 가운데)이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합 노력을 강화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같은 시간 임종석 의원(아래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재선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책없는 당 사수론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 “탈당”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위 사진 가운데)이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합 노력을 강화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같은 시간 임종석 의원(아래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재선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책없는 당 사수론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7일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이처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란 글에서 당 해체와 경선 불참을 언급한 김, 정 전 의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정, 김 전 의장 측도 “노 대통령과는 갈 길이 다르다”며 사실상 결별을 시사했다.

▽‘당 살리면 걸림돌이 될까봐 두려운가’=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라며 “당을 깨지 않고 남겨 두고 나가면 혹시라도 당이 살아서 당신들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두려운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설사 가치와 노선이 맞아서 통합신당을 하더라도 당을 가지고 통합하는 것이지,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을 할 수는 없다”며 “당 해체는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 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며 “상대가 분열하지 않는 한 호남-충청의 지역주의 연합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글 맨 뒤에 “이 글은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정치인 노무현’으로서 쓴 글”이라는 추신을 붙였다.

노 대통령은 올해 2월 말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99%”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명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세균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이 아닌 싸움꾼 대통령”=정 전 의장은 “‘당심(黨心)’은 2·14전당대회의 합의 정신, 즉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해산을 결정했다”며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치도, 인간사 도의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전 의장도 “대통령은 ‘구태정치’ ‘잔꾀’ 등 특유의 독설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국민은 품격 있는 정치와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실종됐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남북 화해와 협력,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 통합이라는 원칙은 대통령님에 의해 부정되고 좌초됐다”면서 “김근태는 대통합신당의 길을 갈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3월 10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범여권 통합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에서도 반발 기류가 거셌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뺄셈정치와 정치공학에 탁월한 싸움꾼인데 대통령답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당적까지 정리한 마당에 지나친 정치 개입으로 역풍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02년 대선에서 ‘호남+충청’ 연합으로 승리한 노 대통령이 이제 “지역주의 연합은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당시 호남에서 95%에 이르는 표를 얻어 15대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득표율에 육박했다. 또 노 대통령은 충청표를 의식한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해 “재미 좀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친노(親盧)의 ‘마이 웨이’?=열린우리당의 친노 성향 의원 10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통합신당 실현을 위한 당 지도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성명은 당내 여러 정파가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한 명분싸움의 시발점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명에 참여한 이광재 의원은 “대통령 지지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공격하면 뜰 줄 알았겠지만 이는 낡은 방식”이라고 김, 정 전 의장 측을 비난했다.

그러나 재선그룹인 김부겸 김영춘 송영길 의원 등 8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당 사수론은 중도개혁세력 분열에 의한 대선 참패와 총선 공멸을 초래하는 종파주의”라고 지적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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