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는 市場과 세계화를 선택했다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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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은 우파 집권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를 선택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더 일해서 더 벌자”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감세(減稅), 공공부문 축소 등 시장 친화적 개혁을 공약해 53.1%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사회적 연대의 ‘프랑스 모델’을 지키자며 노동시장 보호, 정부 개입 확대 같은 공약을 내놨으나 과반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프랑스 대선은 세계화 대(對) 반(反)세계화, 시장 대 국가, 성장 대 분배의 세계사적 대리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경제 규모 세계 6위의 프랑스에선 7명 중 1명이 외국인 기업에 근무하면서도 세계화와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혁명에서 물려받은 평등과 박애의 이상주의, 국가중심주의의 영향이 크다.

정부 주도 경제 정책으로는 1970년대까지 ‘미국 경제 따라잡기’는 가능했으나 그 이상의 성장과 혁신은 불가능하다. 프랑스가 유럽 평균치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2%에 실업률은 9%나 되는 ‘유럽의 환자’로 전락한 이유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노동시간 주 35시간, 관대한 실업급여 등 과거의 ‘사회적 모델’을 고집해 세계 7위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반세기 만에 17위로 밀려났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세계화 속의 경쟁력 있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줄곧 강조했다. 특히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주 35시간보다 더 일하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정책이어야 투자와 일자리, 국부(國富)를 늘릴 수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민의 신임을 받은 것이다.

정부가 세금과 공공지출을 늘리고 규제를 통해 시장을 계도함으로써 국민을 보살핀다는 수구 좌파적 이념은 세계화 정보화와 공존할 수 없음을 프랑스의 현실이 보여 준다. 사르코지 당선자가 공공조직과 노조의 저항에 굴복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지거나 보호주의를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시대착오적 이념과 평등 코드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변화를 완강하게 외면하는 우리나라의 수구 좌파 역시 프랑스 대선에서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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