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1분


코멘트
꽃들이 만발하고 꽃향기가 진동하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따뜻한 봄볕 아래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의 나들이는 가족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줄 겁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의 존재감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겠지요.

오늘 우리가 나눌 한 가족의 이야기는 이처럼 아름답고 따뜻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한가요? 마음의 준비가 되었나요?

함께 살펴볼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카프카는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세계로 끊임없이 상상력의 날개를 폈던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변신’에 담긴 가족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난 그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그레고르 잠자’입니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한숨 더 자서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잊어버린다면 어떨까…. 이렇게 일찍 일어나니까…. 사람이 아주 멍청해지지. 사람은 잠을 잘 자야 해.”

그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뇌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를 쓰지요. 일어나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린 시계를 보고 지각을 걱정하고 사장에게 무어라 말할까도 궁리합니다. 마치 지금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그레고르 잠자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얼마 후 가족 모두가 벌레로 변신한 그의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가족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징그러운 벌레로 변신한 그를 위로해 주거나 따뜻하게 감싸 줬을까요? 아니면 아들이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했을까요? 아닙니다. 가족들은 오직 그가 징그럽고 두렵기만 했답니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 아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해 온 아들이었는데도 말이지요. 어머니는 그를 볼 때마다 까무러치고 살려 달라고 애원까지 합니다. 아버지는 적개심을 드러내며 혐오스러워합니다. 오직 누이동생만이 그를 보살펴 주지요. 하지만 그녀 역시 끝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지는 않습니다.

가장의 역할을 해 오던 그는 이제 더는 가족 안에서 사랑받는 아들도, 친절한 오빠도 아닙니다. 이내 주인공은 악몽 같은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가족을 더는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합니다. 벌레의 몸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 지내던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고, 가족이 하는 대화를 다 들을 수 있는데도 가족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레고르 잠자. 그가 겪었을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벌레로 변하자마자 가족에게 버림받은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왔던 그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습니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가족은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며 소풍을 떠납니다. 가족의 이런 모습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러분은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명금희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