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뇌사자와 장기이식 대기자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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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부터 죽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는 ‘심장과 폐의 기능 상실’을 죽음의 기준(심폐사)으로 봤다. ‘숨을 거두다’ ‘맥이 끊어지다’ 등의 표현은 바로 이런 전통에서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심폐사의 기준에 혼란이 생겼다. 기능이 멎은 심장을 다시 소생시키거나 뇌 기능이 상실된 후에도 심폐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새로 등장한 죽음의 기준이 바로 ‘뇌사설’이다. 뇌사(腦死)란 ‘뇌 전체가 손상되어 심장박동 이외의 모든 신체적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해도 길게는 14일 이내에 심장박동이 멈추어 자연사에 이르게 되는 상태’. 즉 뇌의 모든 활동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가리킨다.

뇌사를 인정하려는 이유는 장기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뇌사 상태란 뇌는 죽었지만 장기(臟器)는 살아있는 상황이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으로부터 심장 간 폐 췌장과 같은 중요한 장기를 구한 뒤 다른 몸에 이식해 죽어 가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장기이식이다.

<표1>을 보면 우리나라에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장기이식과 관련된 의료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를 기증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장기이식 기술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기증자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음 <그림1>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있는 것이다.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살기 위해 누군가 죽기를 바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주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표2>를 보면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결정으로 여러 사람이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효과가 있는 뇌사자의 장기기증. 그러나 장기기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매우 적다(<표3> 참조). 왜 그럴까? 시신을 건드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문화적 풍토 때문이다. 물론 시신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형법에도 ‘사체손괴죄’가 있다. 시신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법률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을 기증하는 것은 결코 시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어떤 이는 유가사상의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뜻)’라는 사상 때문에 장기기증 사례가 적다는 말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유가사상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사자 장기기증이 드문 우리나라의 현실은 많은 문제를 가져온다. 공급량은 일정한데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 경제의 법칙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면, 가치는 더 급격히 올라간다. 이 때문에 장기매매로 돈을 벌어 보려는 파렴치한 장사꾼이 몰린다. ‘신장 매매’를 주선하고 중개료를 받는 사람, 신장 매매를 위장한 사기꾼까지 나온다. 심지어 해외 원정을 다니는 장사꾼도 있다. 중국에서 불법 장기수술을 주선하는 사람들이다.

장기이식은 필요한데 불법적인 행위는 막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의학 기술 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배아복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것 또한 심각하게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표1> 장기 수급 현황(각막·골수 제외) (단위: 명, 건)
연도2000년2001년2002년2003년2004년
이식대기자 신규 발생1,6321,8072,1092,349
장기이식 건수9351,1401,1241,2511,434
장기자급률69.8%62.2%59.3%61.0%
이식대기자 누계3,981*4,4735,1566,0146,929
*는 2000년의 경우 이전의 누계를 합계한 수치임. 자료: 국정브리핑(2005년 11월 4일)

<표2> 뇌사자의 장기이식 현황
기간뇌사자이식 받은 장기
신장간장췌장심장각막
2007년 1월1463261235215
2007년 2월8351492208
2007년 3월136726834016
누계351656629811239
자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장기이식통계’

<표3> 나라별 인구 대비 뇌사장기 기증자 수 비교 현황
구분한국스페인 미국프랑스이탈리아
총인구(천 명)48,58741,810284,93159,90056,298
뇌사장기기증자 수(명)861,4096,1831,1981,109
인구 100만명당 기증자 수(명)1.833.721.720.018.1
자료: 국정브리핑(2005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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