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고위 '당 중심' 한 목소리

  • 입력 2007년 5월 7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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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위 염소처럼 싸워 누가 득보나"

이재오 "사실 아닌 말로 국민 현혹해선 안돼"

한나라당 지도부가 7일 모처럼 ' 중심' 화음을 일치시켰다.

이날 회의는 4.25 재보선 참패 지도부 총책임론을 제기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선거후 처음 나온 회의여서 주목을 끌었지만, 그는 강재섭 대표에게 "심기일전해서 당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덕담 수준의 말을 건넸다.

강 대표는 회의에서 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내용과 관련해 "경선 룰 때문에 조금 싸우고 했지만, 의미있는 합의도 많이 했다"며 사무처에 후속조치를 강도높게 지시했다.

권역별 정책 토론회 준비, 의혹 부풀리기에 대한 엄정단속 등을 언급하면서 캠프 상근 현역의원수 축소와 관련해 "시·도 지부장,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디지털위원장, 중앙위 의장 등 당직자들이 어느 캠프에 가서 기구를 맡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해 합의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처가 각 캠프에 공문을 보내 확실히 문서로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문서로 근거를 남기라는 얘기는 시·도 지부장 경선연기 등의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서너 차례나 반복됐다.

특히 경선 룰 문제에 대해 강 대표는 "두 주자 사이에 격앙된 분위기여서 지금 당장 안을 제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이번 주말까지 중재안을 마련할 것인 만큼 양 캠프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지지율이 낮은 사람은 판을 깨려고 선출방식을 협상에 이용하고, 지지율 높은 사람은 자기 유리하게 만들면 승리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만부동(類萬不同)"이라며 "국민은 한나라당의 선출방식에 관심도 없다"고 박·이 양 주자를 싸잡아 비난했다.

더욱이 그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당심과 민심을 다 얻어야 한다"며 "당심에는 누가 유리하고 민심은 누가 유리하다는 논란이 국민의 눈에 얼마나 갖잖게 보이겠느냐"며 "선출 방식을 가지고 주자들이 외나무다리 위의 염소처럼 싸우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노 대통령이 웃고, 열린우리당이 박수치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런 식의 멱살잡이를 일주일만 하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없다"며 "이런 식의 주판알 튕기기라면 솔로몬 왕이 다시 온다 해도 대책이 없다"며 당의 경선 룰 결정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도 "후보들이 유불리를 기준으로 경선규칙 만드는 일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걸로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당이 국민과 국가, 양 후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한 영 최고위원은 "굿보는 관중들도 지루하면 그 자리를 떠난다"며 "하루빨리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 경선을 준비하는 길만이 한나라당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김형오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강 대표에게 경선 룰 중재안을 내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었으나 강 대표의 사전 만류로 회의석상에서는 말을 자제했다가, 회의직후 별도로 "경선 룰은 전국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편, 이재오 최고위원은 "천명(天命)은 항상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선(善)하면 천명을 얻는 것이고 불선(不善)하면 잃는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후보들 말이 너무 많아 사실 아닌 말을 사실처럼 해서 민심을 얻으려 해서도 안되고 국민을 현혹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최근 박 전 대표의 '군대 동원' 발언에 대한 우회적 공격으로 해석됐다.

당직자의 대선주자 캠프 참여 논란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정치인이고, 모두 마음속으로는 누군가를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캠프에 참여한 사람이 당무를 소홀히 해선 안되고 당무를 불공정하게 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의원들의 캠프 참여 최소화를 주장하면서 한때 자신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당직을 사퇴한 뒤 캠프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강 대표를 은근히 겨냥한 어투였다.

그러면서 "경선 룰이 합의 안 되면 분당된다, 쪼개진다, 깨진다 하는 데 야당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안깨진다"며 "선거에선 누구나 이기려 하고 자연히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중요한 것은 후보가 결정됐을 때 당이 후유증을 극복하고 단합해 하나로 나갈 수 있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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