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黨名 거품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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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당명을 열린우리당에서 사사건건 깐죽거리는 깐죽정당으로 개명할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 지난달 열린우리당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3단계 통일론을 비난하자 한나라당에서 낸 논평이다. ‘한나라당은 땅이 그렇게 좋으면 땅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꾸라.’ 열린우리당도 3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자 당명을 들먹이며 비난했다. 두 당의 당명이 평범하지 않다 보니 정치개그 소재로도 손색이 없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중심의 이른바 ‘범여권 신당’이 “국민 참여 신당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결정했다”는 당명이 열린우리당이다. 실제로 열림·참여·통합의 가치를 지향하는 당이라면 딱 들어맞는 당명이겠지만 실상은 딴판이었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신한국당이 민주당과 통합할 때 당시 민주당 조순 총재가 작명했다. ‘크다, 하나, 깨끗하다’ 등의 뜻이 담겼다지만 요즘 대선주자 간의 갈등으로 언제 딴나라가 될지 모를 판이다. 또 ‘안 깨끗한’ 부패 이미지는 아직도 씻지 못했다.

▷당명이야 당의 비전과 지향점이 담긴 ‘아름다운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의 약점을 뒤집어 당명으로 내세움으로써 기선을 제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981년 전두환 세력이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과정을 거쳐 만든 정당이 민주정의당이었다. 김대중(DJ) 씨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고, 그 후신이 새천년민주당이다. 하지만 DJ의 ‘지역주의정치 세습’과 민주당의 DJ 일가에 대한 충성은 ‘헌 정치, 헌 천년’의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이 정식 명칭 ‘중도개혁통합신당’, 약칭 ‘통합신당’으로 정당등록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이 약칭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최동림 목사가 대표자인 중도통합신당이 약칭 통합신당으로 이미 신청했기 때문이란다. ‘중도’ ‘개혁’ ‘통합’을 얼마나 할지도 의문이지만 어차피 얼마 후면 없어질 당명, 그것도 약칭을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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