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어버이날, 부모님께 사랑의 문자메시지를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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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즐 ⓒ--/--; ⓓㅎㅇ ⓔㅎㅎ ⓕㄱㅅ ⓖ^^/^^;/^^;; ⓗㅇㅇ ⓘㅊㅋㅊㅋ ⓙㅠㅠ ⓚ안뇽 ⓛ방가방가 ⓜ∼삼 ⓝ-_-/-_-;/-_-;; ⓞ헐 ⓟ시러 ⓠㅈㅅ ⓡㅅㄱ ⓢㅂ2 ⓣ초딩

10대 청소년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 통신언어 20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50대 이상 어른 632명에게 그 뜻을 물었다.

이들이 ‘고령층 정보화교육 수강생’이었고 문제도 사지선다형으로 출제했지만 절반(10개)도 모르는 어른이 41.6%에 달했다. 80점을 넘긴 사람은 5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솔직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30대 후반인 기자도 간신히 반타작을 조금 더 한 수준이었다. ‘ㅋㅋ’가 크크 같은 웃음소리를 뜻한다는 것은 짐작하지만, ‘ㅂ2’가 ‘바이(bye)’를 줄여 쓴 말이란 건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어이없다는 의미의 표정)’ 같은 그림말(이모티콘)에는 너무 취약했다. 물론 기자가 디지털마인드로 덜 바뀐 아날로그형 인간이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달이 세대 간 단절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어른들이 모르는 10대의 말’과 ‘10대가 모르는 어른들의 말’을 맞히는 TV 오락 프로그램이 생겼겠는가.

IT가 낳은 세대 차를 메울 수 있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기자는 1월 말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우는 노인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30여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 대부분은 자녀들이 선물한 고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간단한 문자메시지조차 보내지 못했다. 한결같이 “자식이나 손자손녀에게 한두 번 물어봤다가 ‘지난번에 가르쳐 드렸는데 벌써 잊으셨어요’라는 타박을 받으면 다시는 물어보기 싫다”고 했다.

내일(8일)은 어버이날이다. 늙으신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더 비싸고 더 좋은 것으로 바꿔 드리기보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평범한 문자 메시지 한번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어버이날만큼은 디지털시대의 어둠을 아날로그의 정(情)으로 환하게 비춰 봤으면 좋겠다.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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