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은마아파트 통해 본 부동산 ‘고무줄 시세’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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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 한 채가 지난달 10억 원에 거래됐다는 뉴스가 단연 관심을 끌었다.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34평형이 10억 원에 팔린 게 정말 맞느냐”, “10억 원 밑으로 나온 매물이 있으면 당장 사겠다”는 등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매물은 없었다.

거래가 실종된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종잡기 어려운 아파트 시세를 빗대 ‘고무줄 시세’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동향의 풍향계로 통하는 은마아파트의 현지 분위기를 통해 ‘고무줄 아파트 가격’의 흐름을 알아본다.

○34평형 10억∼12억 원… 시세 책정 애매해

4일 오후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는 한산했다.

M중개업소에 들러 34평형의 시세가 얼마인지 묻자 사장은 “거래가 없는데 시세는 무슨 시세…”라며 다소 퉁명스럽게 답했다.

실제 거래된 가격을 시세라고 정의한다면 이 아파트 34평형의 시세는 10억 원일 것이다. 하지만 34평형의 시세를 10억 원이라고 인정하는 주변 중개업소 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

K중개업소 측은 “지난달 34평형이 10억 원에 거래된 것은 집주인이 법원의 가압류 조치를 피하기 위해 미리 급하게 처분하느라 호가(呼價)를 확 낮추는 바람에 생긴 예외적인 사례”라며 “이곳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실제 이 아파트 34평형은 아파트 값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1월 13억3000만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거의 끊겼다.

올해 들어 집주인들이 내놓는 매물의 호가도 들쭉날쭉. 지난달 초 이후에는 11억 원대의 호가에 나온 34평형이 몇몇 있지만, 올해 초 나온 매물은 12억 원대에서 단 1원도 낮아지지 않았다.

중개업소 측은 “연초에 아파트를 내놓은 집주인들은 ‘안 팔리더라도 값을 낮추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34평형 급매물 호가도 매물에 따라 1억 원 이상 차이가 벌어져 얼마를 시세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종부세 피하면 양도세 폭탄… 일단 버티자”

거래는 거의 없지만 아파트를 팔고 싶어 하는 집주인들은 꽤 있다고 S중개업소 사장은 귀띔했다. 일주일 평균 3, 4명이 중개업소에 들러 세금 계산을 부탁하는 등 매도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내놓는 사람은 드물다.

K중개업소 사장이 소개한 60대 은퇴자 부부의 사례. “지금 아파트를 팔면 양도세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계산해 달라”고 부탁한 이 부부는 중개업소 사장이 “최소 1억7000만 원은 내야 할 것 같다”고 하자 “그럼 안 판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동, 호수만이라도 알려 달라”는 부탁에도 이 부부는 “나중에 집 팔 때 알려 주겠다”며 자리를 떴다.

은마아파트 주민 A 씨는 “지금 집을 팔면 작년보다 최소 2억 원 이상 싸게 팔아야 하는 데다 억대의 양도세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2, 3년간 보유세를 내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이 반영된 탓인지 현재 은마아파트 주변에는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은 한 건도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사장들의 말이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은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중과세 등을 풀어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강남 아파트 값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변수에 더 많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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