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의 먹잇감’ 지방 공기업에 녹는 세금

  • 입력 2007년 5월 6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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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낭비와 비효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나마 중앙정부 소속 공기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기업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회, 감사원, 감독 부처 등 느슨하게나마 감시하는 곳이 있고 경영평가 장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 공기업은 효과적인 감시, 견제장치가 부족해 경영 부실화가 더 심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토착비리가 흔한 것과 비슷한 구조다.

본보(5일자 A3면)의 분석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64%가 해당 지역 공무원 출신이다. 중앙 공기업의 공무원 출신 비율 54%도 높은데 그 이상이다. 평생을 지방 공무원으로 보낸 사람 중에 기업 경영·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CEO감’이 그리도 많단 말인가.

공무원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민간 출신 CEO를 내쫓은 사례도 있다. 지방선거 직후 정치인 출신 CEO가 급증하는 것은 민선 단체장이 자신의 선거참모를 공기업 사장으로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똑 닮았고 더 노골적이다.

지방 공기업은 2002년 319개에서 현재 358개로 늘어났다. 기초, 광역 가릴 것 없이 지자체들이 공기업 신설 경쟁에 뛰어든 탓이다. 지방 경제에 보탬이 될 만한 공기업이라면 많아도 상관없겠지만 대개는 부실덩어리이다. 이미 만성 적자인 공공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또 회사를 만들겠다는 시군도 있다. 공무원 출신 CEO와의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쉽게 정리하지 못해 그냥 두는 경우도 많다.

공기업이 ‘공무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서는 성공은커녕 생존조차 어렵다. 지방 공기업이라고 해서 설립 자금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적자를 신(神)이 메워 주지는 않는다. 결국 해당 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세금으로 뒷감당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보조에 기대고 있는 지자체들의 취약한 재정구조로 볼 때 전체 국민에게도 부담이다.

지자체 이름이 붙은 ○○유통공사, ○○무역 등이 왜 필요한지 점검할 때가 됐다. 무분별한 설립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설립 후에는 경영평가를 강화해 경영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물론 최고의 해결책은 민영화(民營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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