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권순택]‘북한 대박’ 노리는 盧사람들

  • 입력 2007년 5월 6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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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어제 자신의 북한 방문(2∼5일) 결과를 거창하게 발표했다. 남북한 양측이 서울∼개성 남북평화대수로 개통과 해양생태평화공원 조성 방안을 추진하고 남북의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남북협력사업단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북측과 추진에 합의했다”고 밝힌 사업에는 신(新)황해권 경제특구 추진, 해주시 주변 중공업단지 조성, 농업교류를 위한 평양 농업기술센터 개설 검토, 7월 평양 대토론회 등도 포함돼 있다. 하나같이 남북장관급회담 정도는 열려야 합의, 추진될 수 있는 대규모 사업들이다.

김 의원은 실체도 분명치 않은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장 자격으로 방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4명, 농협중앙회 축산 대표이사,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과 함께 간 그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났다. 공식 회담도 아니고 방문단에는 정부 당국자도 없었다. 정부 관계자도 “정부와 공동 추진하거나 공감대를 이룬 사업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남북한 양측’이라고 말한 합의 당사자의 실체는 뭔가. 남북한 당국 간에 합의가 됐어도 실현이 어려울 사업들을 여당 의원도, 장관도 아닌 김 의원이 합의했다면 구속력이 있을까.

김 의원은 합의했다는 북한 측 인사들이 누군지, 그들이 합의를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북정상회담 추진용이거나 자신의 대선 출마 홍보용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親盧) 진영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띄우기 위해 남북을 아우르는 대선용 ‘그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북한 문제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여권의 치밀한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정치권에선 1월 이후 북한에 다녀온 의원이 56명이나 될 정도로 방북 러시가 한창이다.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 때에는 김 의원처럼 북한 고위층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홍보물에서 적지 않게 볼 것 같다. 어쩌다 지구상 최악의 세습 독재자나 그 하수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자랑거리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방북 러시는 북한에 대한 환상과 착시현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2·13합의가 석 달이 다 지나도록 아무 진전이 없는데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국민이 착각할 수 있다. 당국 간 회담과 정치인 방북 러시에 묻혀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한 사실조차 잊히다시피 하지 않았는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4일 “한국이 포용정책만 하다 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를 침해해도 평화 분위기만 진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적시에 나온 옳은 지적이다. 정부는 퍼 주기와 저자세로 북한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아직 모르나.

정부와 정치인들이 정상회담을 위해서든,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서든 북한에 잘 보이기 경쟁을 하고 있는데 북한이 무엇이 아쉬워 협상하고 양보하겠는가. 남녀 간 연애도 대등한 조건에서 서로 양보하고 요구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일방적 구애나 희생이 관계를 그르치는 건 남북관계라고 다를 게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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