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본토서 개시

  • 입력 2007년 5월 6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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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프랑스를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6일 4450만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투표는 지난달 22일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니콜라 사르코지 UMP(대중운동연합) 후보와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좌우파 대결로 치러졌다. 새 대통령의 윤곽을 보여줄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종료되는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 7일 오전 3시) 공개됐다. 헌법위원회는 10일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공식 선거운동 마감 시간인 4일 자정이 되기 직전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사르코지 후보가 55%의 지지율로 45%에 그친 루아얄 후보를 앞섰다. 2일 실시된 TV토론 이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져 사르코지의 승리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번 대선으로 프랑스는 처음 2차 대전 전후 세대를 대통령으로 맞게 됐다. 자크 시라크(74) 대통령보다 20살가량 아래인 50대 초반의 대통령이 집권함으로써 프랑스 정치권은 세대교체의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새 대통령은 구세대와는 다른 성향과 시각을 갖고 있어 경제, 외교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프랑스는 어디로…사르코지? 루아얄?▽

우파의 재집권이냐 좌파의 정권 탈환이냐를 놓고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6일 결선투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프랑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 때문에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4월 22일 1차 투표 이후 프랑스는 좌우파로 선명하게 갈라졌다. 선거전에 직접 뛰어든 정치인들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도 지지후보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TV토론 대반전 없었다=1차 투표 참가율이 84%에 가까웠고 2일 실시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TV토론을 2200만 명이 시청했을 정도로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결선투표가 실시된 6일에도 투표소가 문을 연 오전 8시부터 유권자들이 줄을 이었다.

공식 선거운동은 4일 자정 마감됐다. 사르코지 후보는 마감 직전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서도 1차 투표 이후 줄곧 지켜온 우세를 유지했다. 그는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55% 대 45%, TNS-소프레스의 조사에선 54.5% 대 45.5%로 루아얄 후보를 앞섰다. 루아얄 후보는 TV토론으로 지지율 만회를 노렸지만 오히려 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사르코지 후보와 루아얄 후보는 1차 투표에선 각각 31.2%, 25.9%를 득표했다.

▽실용주의적 신세대 대통령 탄생=프랑스는 50대 초반 대통령의 탄생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대의 '구세대' 정치인에 비교해 '신세대'로 분류되는 새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구세대와는 다른 면모를 갖췄다.

우선 샤를 드골 대통령에서부터 시라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제왕적'인 통치 스타일을 고수해온 프랑스 대통령의 이미지가 바뀔 전망이다. 권위보다 실용을 앞세우는 신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변변한 개혁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의 12년 집권 기간에 비해 앞으로 5년 간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의 집권으로 프랑스의 침체된 경제와 주 35시간 근로제를 비롯한 복지 제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1.5%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8%를 웃돈다.

한편 프랑스 경찰은 이날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패배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소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경찰은 파리와 교외 지역에 3000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특히 이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투표율을 놓고 "프랑스 민주주의의 재확인"이라고 평가했다. 참여 민주주의의 참 모습을 과시했다는 뿌듯해 하는 시각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통제 못해=이번 선거는 큰 사건 사고 없이 치러졌지만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에 일부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기존의 신문, 방송 외에 인터넷 블로그가 중요한 매체로 부각됐지만 기존의 선거법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이 마감된 4일 자정 이후로는 신문에서 어떤 후보의 인터뷰도 게재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따라 일간 르 파리지앵은 5일자 조간에 사르코지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려다 포기했다. 하지만 르 파리지앵은 4일 저녁 웹사이트에 해당 기사를 전제하고 5일자 신문에는 '웹사이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라'는 광고를 실음으로써 법을 교묘하게 피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어떤 미디어든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완료되는 오후 8시 이후에만 허용되지만 이 법은 스위스, 벨기에 등 해외 언론에는 적용되지 않는 허점을 노출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일부 언론이 1차 투표 때 오후 8시 이전에 일부 지역의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르코지-루아얄 결선 유력'이라는 결과를 인터넷에 게재했고 프랑스의 부지런한 유권자들은 프랑스 언론의 발표 시간 이전에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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