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탄현 로비스트, 문희상-정두언 의원에 청탁”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코멘트
국내 전동차 제작업체가 2003년 당시 문희상(현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두언(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전동차 납품 입찰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건설시행업체 전 대표 윤성기(60·구속) 씨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S중공업 이모(45) 회장은 “2003년 3월 윤 씨와 함께 청와대를 찾아가 당시 문 실장을 만나 R사의 국내 전동차 시장 독점을 깰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A4 용지 4, 5장 분량의 설명 자료를 만들어 갔고, 설명을 듣고 난 문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 국장에게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로비자금 명목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억5000만 원을 윤 씨에게 줬다는 이 씨는 “문 실장을 만난 며칠 뒤 윤 씨가 ‘돈이 좀 더 든다’고 해 1000만 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또 서울시지하철공사가 발주하는 전동차 납품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2003년 당시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 집무실을 윤 씨와 함께 찾아가 만났던 사실도 밝혔다.

그는 “기술평가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지만 정 부시장이 힘을 써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R사가 독점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불공정거래 규정을 내가 개방경쟁식으로 바꿨다”며 “결과적으로 이 씨 회사가 입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 됐지만 서울시 쪽에서는 경쟁체제로 바꾸면서 예산을 많이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N토건 대표 이모 씨는 “윤 씨가 한나라당 소속의 J 의원과 또 다른 J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주겠다고 해 1억 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탄현 시행사 대표 횡령 100억 용처 조사▼

경기 고양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조정철)는 4일 시행사 K사의 대표 정모(47·수감 중) 씨가 횡령한 회사 돈 100억 원을 차명 계좌 10여 개로 분산 예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의 용처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군인공제회 대출 과정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2억 원을 챙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범여권 국회의원 A 씨의 보좌관 황모(39) 씨가 받은 2억 원도 이 계좌에서 수표로 인출됐다고 밝혔다. 황 씨는 이날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아 검찰은 7일 황 씨에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K사가 2005년 군인공제회에서 3600억 원, 9개 은행 컨소시엄을 통해 6700억 원을 대출한 과정에서 금융권 등에 금품로비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