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갈림길…‘성장’ 사르코지vs ‘연대’ 루아얄 결선투표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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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중시’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연대 중시’의 길로 복귀할 것인가. 프랑스가 갈림길에 섰다. 프랑스 유권자는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5년의 국가 진로를 결정할 선택을 한다. 대중운동연합(UMP)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시장경제 체제 강화를 통한 성장을, 사회당(PS)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사회보장 확대를 통한 연대를 앞세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12년 재임 기간은 좌우파 모두에 불만이었다.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사회 갈등이 조정되지도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같은 대열의 선진국에 비해 매년 1%포인트 정도 뒤떨어졌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2005년 파리 교외 무슬림 청소년의 차량 방화사건이 터져 나왔다.

시라크 대통령의 이도 저도 아닌 정책에 신물이 난 프랑스 유권자는 좌파든 우파든 선명한 정책을 수행할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성장 대 연대=우파를 대표하는 사르코지 후보는 흔히 ‘프랑스 여권을 가진 신자유주의자’로 불린다.

그의 최우선 목표는 실업을 줄이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노동을 나눈다는 ‘주 35시간 근로제’의 개혁이다. 그가 보기에 ‘주 35시간 근로제’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자의 발상이며 프랑스는 사회주의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14년 재임 기간을 포함해 28년 동안 쇠락을 거듭해 왔다. 미테랑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시라크 대통령은 우파였지만 사르코지 후보는 시라크 대통령이 영미식 개념의 우파와 달리 경제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시하는 드골주의자였기 때문에 경제를 개혁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루아얄 후보는 근로자와 저소득층에 호소하는 선명한 좌파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주 35시간 근로제’를 기본적으로 강화하되 부정적인 영향은 줄여 간다는 생각이다. 그는 최저임금을 월 1500유로로 인상하고 저소득층 은퇴자의 연금수령액을 5% 올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같은 주장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회민주당과 비교할 때 훨씬 더 사회주의 노선에 충실한 것이다.

▽지지율 추이=결선투표를 앞두고 사르코지 후보는 루아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렸다. TV 토론 다음 날인 3일 TNS 소프레스 조사에서 사르코지 후보는 54.5%의 지지율을 얻어 루아얄 후보(45.5%)에 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좌우파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결선투표에 비춰 볼 때 상당히 큰 격차다.

프랑수아 바이루 중도파 후보는 2일 TV 토론이 끝난 뒤 사르코지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사르코지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2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7%포인트였다.

사르코지 후보는 지난달 22일 1차 투표가 끝난 직후 꾸준히 루아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 왔다. 지난달 25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사회당은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혹을 보냈고 거대 언론이 사르코지 후보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나타났듯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결선투표=결선투표는 6일 본토와 해외 영토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시차를 고려해 일부 해외 영토의 기표소는 프랑스 시간으로 5일에 문을 연다. 본토 투표는 오전 8시에 시작되며 오후 8시(한국 시간 7일 오전 3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되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승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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