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가시돋친 설전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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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4일 회동은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매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섭 대표는 4·25 재·보선 참패 이후 촉발된 내분을 치유하기 위해 두 대선주자가 만나 당 쇄신안을 논의하면서 단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려 했으나 이런 기대는 비공개 회동 초기부터 허무하게 무너졌다.

강 대표가 “누가 먼저 얘기하겠느냐”고 하자 박 전 대표는 단호한 표정으로 “이미 경선 룰은 지난번에 (내가) 크게 양보해 8월, 20만 명으로 결정이 났는데 다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당이 흔들리는 것으로 비친다”고 이 전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경기하는 사람이 경기 때 와서 룰을 바꾸자고 하면 안 된다. (경선 룰 합의 후) 나나 다른 후보가 들어와서 바꾸자고 하면 바꿀 거냐”며 열변을 토했다.

이 전 시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열린우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한다. 시대가 바뀌는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는 어렵지만 민심과 당심을 5 대 5 비율로 맞춰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동안 두 대선주자 진영 사이에 오고간 네거티브 발언들에 대한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룰을 언급하면서 “원칙을 흔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네거티브”라며 네거티브를 대화 주제로 올렸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은 “빌미를 우리가 준 것”이라며 “출근하면서 보니까 ‘대운하는 대정부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와 있던데 현실성이 없는 거라고 얘기하면 모를까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한 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내가 되면 ‘한나라당이 망한다’ ‘애 못 낳은 사람’이라는 발언을 이 전 시장이 한 것 아니냐”고 되받았고, 이 전 시장은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니다. 잘 찾아봐라”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의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군대를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분과 유세를 같이 했으면 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던 박 전 대표를 겨냥해 “‘군대 동원’ 발언도 네거티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그것은 공동유세 안 해서 선거에 졌다며 책임을 물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며 “재·보선에서 진 게 왜 내 탓이냐.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분개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회동 소식을 전해들은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두 사람이 불신을 하루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계속 ‘한 배’를 타고 갈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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