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병규]‘빨간불’ 제조업 살리려면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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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제조업의 성장 활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적색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우선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각하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연평균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대로 1980, 90년대 증가율인 10%대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이 기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에 비해서 크게 낮은 수치다.

설비투자 증가율 10년간 年2%대

투자 부진으로 생산 능력 증가율은 갈수록 축소됐다. 올해 1분기(1∼3월) 제조업의 생산 능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대 증가에 그쳤다. 작년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 능력 증가세가 하락하더니, 결국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활력 저하는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전기에 비해 0.8%나 감소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추는 요인이 됐다.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도 급감했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1989년에 28%였으나 2006년에는 19%로 낮아졌다.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성장 엔진이 꺼진다면 수출 대국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

제조업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아직까지 서비스업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내수와 수출 모두를 증가시키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 제조업을 살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은 저학력, 비전문직의 고용을 증대시킴으로써 계층간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금융, 물류 등 서비스업의 주요 수요 기반이 제조업임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쇠락은 서비스업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연구개발 투자의 대부분이 제조업에서 실현돼 국내 경제를 혁신하는 모태라는 점도 다시 공감대를 이뤄야 할 부분이다.

점차 사그라지는 제조업의 불꽃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설비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이 신기술과 융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투자를 과감히 하도록 제반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본은 이를 위해 수도권공장총량제,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과감히 철폐했다.

두 번째로 급변하는 기술과 산업 여건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모험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왕성한 창업과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조업 분야로서 첨단 부품 소재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로 발전하도록 창업부터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육성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규제 철폐-中企육성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제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 회피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사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대규모 고용을 창출해 내는 제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관건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회사를 키워 가는 데 있다. 과격한 노사 갈등을 안정시키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노사간 상생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일본 제조업 성장의 비결 중 하나는 현장 근로자가 주도해 고부가가치 제조 능력을 키우는 ‘모노즈쿠리’ 문화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제조업에서도 경영을 둘러싼 투쟁적 노사 문화보다는 세계 최고의 제조품을 만들려고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품 혁신 전략을 궁리하는 ‘현장 중심의 상생과 창조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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