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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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최광식 지음/338쪽·1만5000원·고려대학교출판부

이차돈의 순교를 기점으로 우리 역사에는 불교가 융성하고 토착신앙은 쇠퇴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30여 년간 한국의 고대 신앙에 대해 연구해 온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이 책을 통해 “어느 한쪽의 우위가 아니라 상호 융합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각 유명 사찰에 세워진 산신각과 장승은 양쪽의 융합 양상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최 관장에 따르면 사찰 안에 있는 산신각은 고대 우리 민족의 신앙 대상이었던 산신으로 분화한 천신이 지상에 내려와 거처하던 곳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찰 앞 장승도 불교 이전 토착신앙에서 신성한 장소를 나타내던 솟대가 변형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통일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하고 유학이 국가 이념으로 정비됐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통일 후에도 신라에 천지신 제사, 산천 제사 등이 국가 의례로 치러진 것을 볼 때 토착 신앙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옹(老翁)과 노구(老(구,우))에 대한 독창적 해석도 돋보인다. ‘삼국사기’ 등 사료에 등장한 노옹이나 노구 등은 그저 나이 많은 사람 정도로만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최 관장은 신라 박혁거세, 석탈해 설화에서 이들을 거두어 키운 존재가 노구로 기록된 점, 고구려 미천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노구에 의해 시련을 겪었던 점 등을 통해 이들은 고대국가에서 왕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집단이었으며 훗날 삼신할머니와 산신령이라는 존재로 발전하며 토착신앙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고대 한국 신앙과 관련해 자세한 사료 설명과 함께 번뜩이는 독창적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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