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이들이 축복이다…‘아이들의 하루’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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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하루/다니엘 피쿨리 지음·김주경 옮김/164쪽·8800원·오래된미래

프랑스의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한 저자가 아이들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천 명의 아이들에게 천 가지 하루를 듣는다’는 부제대로 세계 각국 아이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글의 형식은 아버지가 잠든 딸 마리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의 하루를 상상하는 것이다.

오전 7시 일어날 시간이다. 그러나 어제저녁 함께 책을 읽느라 잠자리에 들 시간을 잊은 것을 깨닫고 아빠는 자신의 탓이라고 토로한다. 바쁜 아침 ‘지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순식간에 덤벼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자신을 꽁꽁 숨기고 있는 고약한 녀석이니 말이다.

오전 8시 등굣길. 학교 갈 때 쳐다보는 세계의 벽시계들은 모두 5분씩 빠르다. 일부러 빠르게 해뒀기 때문. 아주 먼 길을 걸어서 가야 하는 아이도 있고, 자전거나 카누 수레 나귀를 타고 가는 아이도 있다.

오후 2시 집안일을 돕는 시간? 그러나 “좀 도와줄래” 하는 엄마 아빠의 부탁은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흔적도 없이 나가고 만다.

오후 7시. “아빠, 곧 내 생일이 다가오죠?” 마리가 생일 다음 날부터 하는 질문. 생일케이크의 촛불은 왜 불어서 끌까? 아이에게 숨결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걸 보이기 위해? 아이는 “아빠, 그건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예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나. 이 책은 아이가 다양한 문화를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지식을 쌓는 어린이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눈부신 빛을 다시 발견하도록 돕는 부모용 책같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눈부신 하루를 매일 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부모는 축복받은 이들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우린 잘 놀아주는 아빠가 좋아요

○초등 저학년용

아이에게 물어보자. 아빠보다 훨씬 맘에 드는 아빠가 있다면 바꿀 거니? 문선이 씨의 동화 ‘마두의 말씨앗’(사계절 7800원)에 나오는 주인공 마두는 틀림없이 고개를 끄덕일 터. 아빠가 놀아 달라고 하면 언제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쉬는 날은 잠만 자기 일쑤기 때문이다. “아빠를 바꿔 버렸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마두. 말씨앗을 관리하는 말씨앗 꽃감관이 마두를 찾아오고, 원하는 아빠를 선택할 기회를 네 번 얻은 마두는 ‘잘 놀아주는 아빠’ ‘부자 아빠’ ‘뭐든 오냐 아빠’를 차례로 고른다. 네 번째로는? 결국 원래 아빠를 찾지만 달라진 것은 있다!

‘처음’을 얼마나 겪어야 어른이 될까

○초등 고학년용

몸은 사춘기지만 맘은 어린이다. 아니 어른인가? 일본의 동화작가 사토 마키코의 옴니버스 동화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웅진주니어 8500원) 중 ‘처음 산 브래지어’는 브래지어를 하고 싶은 초등학교 6학년 아야코의 얘기다. 딸을 데리고 간 속옷 가게에서 브래지어를 사준 엄마. 속옷 쇼핑 후 식품 매장에서 닭고기와 어묵이 든 봉투를 브래지어 봉투 위에 무심히 올려둔다. 아야코는 상처받는다. “절대로… 처음으로 딸의 브래지어를 사는 날, 닭고기를 함께 사지는 않을 거야. 아무리 자기 바구니가 가득 찼다고 해도, 이제 막 산 브래지어 위에 고기와 어묵 봉투를 올려놓지는 않을 거야.”

인사 잘해야 착한 아이가 된대요

○유아용

“할머니가 가실 때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지 않으면 나보고 나쁜 아이래요. 사실은 할머니가 가는 게 싫어서 인사를 안 한 건데….” “옆집 아저씨한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착한 아이래요. 그런데 그건 그냥 엄마를 따라 한 거예요.”

아이의 행동을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없다.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아이만 있을 뿐! 프랑스의 어린이 심리학자 카트린 돌토가 쓴 ‘착한 아이, 나쁜 아이’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아이의 행동을 그려낸 ‘돌토 감성학교’ 시리즈(전 10권·비룡소·각 6000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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