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청와대 브리핑’ 정치평론 사이트인가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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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브리핑에는 4일 오후 7개의 메인 글이 올라 있었다. 이 가운데 5개의 제목이나 내용 첫 줄에는 ‘정치’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대부분 범여권과 대선주자 등 정치권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톱에 올라 있는 ‘파괴의 정치 그만하십시오’는 이강철 대통령정무특보가 3일 당 해체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을 비판한 ‘긴급기고’ 형식의 글이다. 그 아래에 있는 ‘정치,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글로 2일부터 게시되고 있다. 노 대통령 글 아래의 ‘범여권 표현 맞지 않습니다’는 대통령비서실 정무팀이 쓴 것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의 인터뷰 ‘원칙 지켜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와 ‘한나라당 인질정치로 국가 손실 수조 원’ 등의 글도 올라 있다.

청와대는 정책 홍보와 올바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청와대브리핑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심혈을 기울이는 특정 현안에 대한 글이 실렸다. 3월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월엔 개헌, 이전에는 부동산 관련 글이 많았다.

청와대브리핑에 최근 정치 관련 글들이 잇달아 게시되면서 ‘정치평론’ 사이트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최근 ‘정치’ 관련 글이 잇달아 게재되는 것은 12월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글을 올린 이후 범여권 통합 논의 과정에서 ‘탈노(탈 노무현)’와 ‘잔류’ 세력이라는 새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글은) 정치지도자 중 한 분으로서 정치권 전체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여당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청와대는 민생을 챙기고 중립을 지키며 대선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문이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사무총장은 4일 “노 대통령은 한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런 비판과 지적을 계속 무시한다면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제 ‘노무현 이후’의 선택을 정치권과 국민에게 맡기고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야 할 시점이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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