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의 그림 읽기]부드러운 갑옷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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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라노사우르스.’ 그림=피터 매카티. 마루벌 펴냄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그림=피터 매카티. 마루벌 펴냄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고슴도치 새끼를 봐도 예뻐 보입니다. 하지만 고슴도치 자체는 예쁘지 않기 때문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 말이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고슴도치를 애완동물로 분양하는 곳이 여럿입니다. 못생긴 것도 개성인 시대라 못생긴 고슴도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고슴도치의 털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지요. 또 고슴도치는 작습니다. 작은 고슴도치가 방어를 위해 나름대로 털을 빳빳이 세우면 무척 귀여워 보일 겁니다.

작다는 것은 어째서 귀엽다는 느낌을 줄까요. 사람이 사람의 아기에게 본능적으로 느끼는 귀여움이 확장된 것이겠지요. 아기는 작고 약합니다. 보호받아야 하고 편안하게 양육돼야 하지요. 귀여운 모습은 자연이 약하고 어린 존재에게 부여한 부드러운 갑옷,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방편 같은 게 아닐까요.

현대사회의 도시생활자들이 키우는 애완동물이 아기의 대용물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개나 고양이 같은 경우는 사람의 아기처럼 얼굴 앞쪽이 넓도록 종자를 개량해 왔다는 말도 있더군요. 애완동물을 키울 때도 꼭 아기처럼 안아 주고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지요. ‘엄마한테 와, 누나 여기 있어’ 하는 식으로 애완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아기 보기가 참 힘들지요? 길거리에서 유모차 본 지도 좀 된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어딜 가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뛰고 달리고 있었지요. 승용차에서 아이들이 두 발을 쳐든 채 누워 있는 게 버릇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젠 그런 아이들의 발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구분포도로 보면 지금 중장년층은 부푼 허릿살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습입니다. 요즘 아기들 세대는 발처럼 자그맣지 않을까요. 그 작은 발이 장차 무릎이 되고 허리가 되어 온몸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할 텐데요. 하긴 지금 이 작은 발이 우리 온몸을 떠받들고 안 가는 데 없이 데리고 다니니 걱정할 필요까진 없을까요?

여기 무자비하고 무지막지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새끼를 보십시오. 그래도 새끼는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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