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무래도 못 믿을 경찰

  • 입력 2007년 5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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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3월 말 이전에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실을 확인해 법률 검토까지 하고서도 수사에 나서지 않은 채 덮어버린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 광역수사대가 3월 26일 서울경찰청에 제출한 첩보보고서에는 ‘피해 사실은 확인한 상태’라고 적혀 있음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이 부분을 숨긴 채 보고서를 공개해 불신을 자초했다.

김 회장 사건에 관한 경찰 조치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3월 8, 9일 사건 당시 김 회장 일행의 북창동 술집 폭행 현장에 출동하고도 그냥 돌아갔다.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가 3월 26일 작성한 첩보보고서는 무시됐다. 서울경찰청은 ‘첩보가 추상적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이택순 경찰청장이 어제 국회에서 “거의 확정적”이라고 답변한 김 회장의 혐의는 첩보보고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사건 현장이 세 군데나 돼 광역수사대가 담당해야 할 사건인데도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한 것도 의혹의 대상이다. 사건의 3개 현장 중 하나인 북창동 술집이 남대문경찰서 관할 범위에 있지만 관내에는 한화그룹 본사도 있다. 기업들이 평소 관할 경찰서를 홀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전직 경찰청장을 고문으로 두고 경찰을 관리했을 정도다.

청와대에서 두 차례 관심을 표명한 뒤의 널뛰기 수사도 문제다. 경찰은 피의 사실을 실시간(實時間)으로 공표했다. 김 회장 자택과 사무실의 압수수색 때는 이를 예고해 증거를 없앨 기회를 줬다. ‘기본이 안 된 경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은 김 회장이 200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술집에서 벌였다는 별도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한다. 경찰청 수사국장은 “논현동 사건도 수사하겠다”고 했으나 남대문경찰서장은 “수사국장이 하라고 해도 안 한다”고 버텼다. 경찰 수사 지휘체계가 엉망이다. 이러고도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가.

1년에 국민 세금 6조6000억 원을 쓰는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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