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친노-비노' 결별 수순 들어가나

  • 입력 2007년 5월 4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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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내 친노(親盧)그룹과 비노(非盧)그룹이 결별의 수순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열린우리당내 통합론자들을 강력히 비판하며 사실상 당 사수의 깃발을 든 것을 계기로 당내 세력들이 각자의 선택을 점차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8석의 열린우리당은 늦어도 이달 내에는 당 해체나 집단탈당을 통해 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비노그룹과 통합논의가 성과가 없으면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재결집해야 한다는 친노그룹으로 양분되고 있다. 100석 붕괴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내 대선주자들도 뚜렷하게 2개의 그룹으로 갈리고 있다.

비노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은 당의 틀을 깨고 나가서 민주당,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 외부 시민사회세력 등과 함께 대통합신당을 만들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들이 이달 하순경 탈당을 결행하면 최소한 30명 이상의 초·재선 그룹이 합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분당이 이뤄지면 이미 당을 탈당해 민생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김근태 전 의장은 4일 천정배 의원을 만나 대통합신당의 구체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손학규 전 지사에게도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통합 실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최근 문국현 사장과 절친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만나 문 사장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 민생모임 이종걸 정성호 의원 등 5명이 이날 조찬회동을 갖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동시해체 등 대통합 방안을 모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 친노그룹은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장관, 김두관 전 행자장관, 신기남 전 의장 등을 간판 삼아 열린우리당을 사수하고 독자적인 대선후보 선출 절차를 밟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출범시킨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전국 단위의 세 확산을 거친 뒤 열린우리당 사수에 힘을 보태거나 열린우리당을 계승하는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진영의 분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혼'의 명분을 쌓기 위한 논쟁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비노그룹인 정장선 의원은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이 열린우리당을 지키고 가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2월 전대를 통해서 만장일치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통합신당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으니까 그렇게 가야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려 하면서 통합신당에 반대한다면 전대 결의를 명시적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전 의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 "사수론이라고 하는데 창당 정신 승계론이며, 열린우리당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을 승계하는 신당은 만들 수 있지만, 해체한다거나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자기 길로 가겠다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민주당하고만 합치면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김근태 두 전 의장의 탈당 움직임을 격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이 시점에서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과연 열린우리당의 통합 노력에 어떤 도움 되는가. 당이 어려울 때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 작은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고마해라. 많이 무웃다(그만해라. 많이 먹었다)"라는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인용하며 더 이상 당을 흔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직 당의장답지 않은 발언을 계속 하는 것은 대통합신당에 매진하고자 하는 후배, 동료 의원들에게 결례"라며 "오늘까지는 그냥 참겠지만, 상식과 금도를 넘어서는 발언과 행위 계속할 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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