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최고위원이 일주일 만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자 당내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당이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가 이제 수습되는 중대한 시점에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한 것은 지도부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강창희 전여옥 전 최고위원은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반성과 당 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정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에 대한 책임론의 중심에서 슬쩍 비켜서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에 연계시키며 “대세에 따르겠다”는 어정쩡한 견해를 밝혔다. 당 쇄신안과 거취 문제 등을 묻기 위해 수많은 당 출입기자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에게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재·보선 직전 드러나면서 로비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실추돼 선거 참패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왔다. 그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지만 해명과 변명만 있었을 뿐 자성은 없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부적절한 로비 파문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보지 않고 다른 최고위원의 눈치나 살피는 행태는 당을 이끌어 갈 최고위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 의원은 최고위원이 아니라 ‘보신위원’”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회는 선거 후보 공천 등을 최종 결정하는 한나라당의 최고의결기구다. 여론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당이 선거에서 졌다면 지도부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평소 정보통을 자처하는 정 최고위원도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박정훈 정치부 sunshad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