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잔디 반은 클레이’…이색 이벤트 나달이 페데러 잡았다

  • 입력 2007년 5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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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처음 보는 기묘한 테니스 코트가 등장했다.

한쪽은 푸른 천연잔디가 깔렸고 네트 너머 다른 한편에는 1.5t에 이르는 붉은 벽돌 가루가 덮였다. 이 코트를 준비하는 데만 19일이 걸렸고 비용은 163만 달러(약 15억3000만 원)에 이르렀다.

○ 지중해 섬에 15억 원 들여 특설코트 제작

3일 지중해 서부 스페인령 발레아레스 제도의 팔마데마요르카 리조트 특설 코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스위스·세계 1위)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 2위)이 한바탕 라켓 쇼를 펼쳤다. 이른바 ‘바닥의 대결(Battle of Surfaces)’.

페데러는 지난해 윔블던 4연패를 포함해 잔디 코트 48연승 기록 보유자이며 나달은 프랑스오픈 2연패를 비롯해 최근 클레이 코트에서 72연승을 질주했다. 페데러는 나달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 7패로 열세이며 클레이 코트에서 5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페데러는 주무기인 서브 앤드 발리가 잔디코트에서 위력을 떨쳤고 그라운드 스트로크가 뛰어난 나달은 코트 표면이 상대적으로 느린 클레이 코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서로 다른 성질의 코트에서 상반된 면모를 보인 이들의 특성을 노린 이벤트 대회가 성사된 것이다.

7000여 명의 관중이 객석을 메운 가운데 흥미롭기만 하던 이 경기에서 나달은 페데러를 2시간 30분의 풀 세트 타이브레이크 끝에 2-1(7-5, 4-6, 7-6<12-10>)로 눌렀다.

○ 코트 바뀔 때마다 운동화 갈아신고 접전

일반 경기처럼 두 선수의 게임 스코어가 홀수가 되면 코트를 바꿔야 했기에 바닥에 맞는 운동화를 바꿔 신어가며 접전을 벌인 이들은 세트 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섰고 3세트에서도 6-6으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갔다. 페데러는 여기서 4-1까지 앞서 이기는 듯했지만 나달이 자신의 텃밭인 클레이 코트에서 3점을 따낸 데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샴페인 세례까지 주고받은 페데러와 나달은 “경기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잔디 코트에서 공이 엉뚱하게 튈 때가 많아 애를 먹었지만 내년에도 꼭 다시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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