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멎은 사람 살리려면 산소공급 줄여라?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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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없고 심장이 뛰지 않고 동공반사가 사라지면 의사들은 환자가 ‘죽었다’고 간주한다. ‘임상적 죽음(clinical death)’이다. 이어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한 채 4∼5분이 지나면 뇌에 치명적인 변화, 즉 환자의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생물학적 죽음(biological death)’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같은 죽음에 대한 의학적 정의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7일자)에서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랜스 베커 박사 연구팀은 “산소 결핍으로 기능이 멈춘 심장 세포를 관찰해 보니 세포가 죽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관찰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혈액 공급이 차단된 세포들이 수시간 뒤에야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의 사망 원인이 산소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에게 산소를 재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장 박동이 정지된 사람에게 산소가 다시 공급되면 암세포에 대한 신체의 방어 기제가 산소를 재공급 받은 세포를 암세포로 착각해 세포를 죽이게 된다는 것.

따라서 심장 박동이 정지된 지 10∼15분이 지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아직 죽지 않은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잘못된 응급조치라고 지적했다.

흔히 소생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산소를 공급하고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고 아드레날린을 투입하는데 이는 심장 근육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산소를 투입하는 격이어서 세포를 사망하게 한다는 것.

이 경우 산소 투입을 줄여서 신진대사 속도를 늦춰 혈액 공급이 점진적이고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거나 체온을 33∼37도로 낮춰 산소 재공급에 따른 화학반응 속도를 늦춰야 소생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신진대사 속도를 늦추기 위해 소금과 얼음 혼합물을 주사로 투입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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