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사건 항소심… 檢, 재판부요청 공소장변경 안해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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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조서 임의작성 논란’ 에버랜드 CB사건 항소심

檢, 재판부 요청 공소장 변경 안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97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 씨와 박노빈 씨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징역 3년이 각각 구형됐다.

3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 심리로 열린 이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허 씨에게는 징역 5년을, 박 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부의 공판조서 임의 작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공소장 변경은 결국 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는 공소장 변경 문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 사이에 설전이 또다시 오갔다.

재판부의 변론 재개 결정으로 3개월여 만인 3월 15일 다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 때 제출한 의견서의 일부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한 것처럼 공판조서가 잘못 작성돼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주장한 실권 이후 이사의 임무가 공소장에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며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3일 공판에서 “기본적 사실 관계가 같다면 굳이 공소장을 변경할 필요가 없고 기본적인 사실은 공소장에 다 포함돼 있다”며 “이사로서의 허 씨와 박 씨의 임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이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 없이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으면 공소사실이 분명하게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공소장 변경을 통해 공소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주장한 이사의 임무가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동안 검찰은 일관되게 CB 저가 발행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공소장을 변경해 허 씨와 박 씨의 임무를 명료하게 할 때에는 두 사람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양측의 얘기를 들은 뒤 “공소장 변경을 통해서 분명히 해 주고 넘어가자는 게 변호인 주장의 요지 같은데 검찰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으나 검찰 측은 “방어권 행사에 전혀 지장이 없다”며 공소장 변경 의사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허 씨외 박 씨는 에버랜드 CB를 이재용 씨 등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에게 싼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29일 오전 11시.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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