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R-TSR연결 ‘3각 빅딜’ 현실화되나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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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방북단 김영남 면담 북한을 방문한 김혁규(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광재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열린우리당 방북단이 3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 의원 오른쪽)과 면담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방북단 김영남 면담
북한을 방문한 김혁규(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광재 의원(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열린우리당 방북단이 3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 의원 오른쪽)과 면담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추진을 위한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한과 러시아간 ‘3각 빅딜’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3각 빅딜’ 시나리오란 TKR와 TSR 연결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인 북한지역 철도 현대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3자간에 냉전시대부터 얽혀 온 채권-채무관계를 매개로 풀어 보자는 것. 이를 위해 남북한과 러시아가 정치적 대타협에 나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평균 속도 15∼20km의 느림보 북한 화물열차를 4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24억5000만∼29억 달러의 돈을 들여야 한다. 17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이 성사될 경우 후속 작업으로 TSR와 TKR의 연결을 통한 대륙 진출이 다시 한번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때맞춰 열린우리당의 친노(親盧) 그룹인 이화영, 김형주 의원이 내달 1∼4일 동아시아재단 주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남-북-러시아 간 철도 에너지 농업 부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러에는 노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 그룹이 우호의 눈길을 보내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떠돌던 ‘3각 빅딜’이 노무현 정부 말기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각 빅딜’의 실체?=러시아는 1960년대 이후 북한에 38억 루블(러시아 측은 미화로 약 8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을 차관으로 제공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구(舊)소련과 수교하면서 14억7000만 달러를 경제협력 차관으로 제공했다. 10억 달러는 은행차관이었고 4억7000만 달러는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가전제품을 이용한 소비재 차관이었지만 구소련의 국가 소멸로 상환이 쉽지 않게 됐다.

‘3각 빅딜’ 아이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스트로차크 러시아 재무차관과 북한의 김영길 재무성 부상의 회담에서 러시아 측이 “총 부채의 80%(약 30억 4000만 루블)을 탕감해 주겠다”고 제의해 북한과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부터.

전문가들과 일부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부채 탕감 제의는 한국이 러시아에 가지고 있는 채권과 모종의 연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는 2003년 6월까지 현금이 아닌 방위산업물자로 4억6000만 달러를 한국에 상환했고 정부는 연체이자 중 일부인 6억6000만 달러를 탕감해 줬지만 여전히 13억3000만 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신범식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러시아가 진 빚을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해 제공할 철도 레일과 화차 등으로 받은 뒤 곧바로 북한에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6자회담의 진전이 있고 러시아가 ‘3각 빅딜’ 안에 대한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 낸다면 정부가 적극 추진해 볼 만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레일은 러시아가 댈 테니 사업비는 한국이 대고, 개량공사는 북한군이 맡게 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한다. 한 당국자는 ‘3각 빅딜설’에 대해 “지금까지 차관 상환 문제로 협상을 하면서 러시아가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고. 한국 정부도 그런 발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3억3000만 달러의 잔여 채권을 2007년 올해부터 2025년까지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고 말해 대북 현물 지원 가능성도 부인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정상회담?=3각 빅딜이 성사되려면 남북과 러시아의 3자 정상회담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 노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공식 초청한 것도 3자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현 정부 초기 러시아의 주도로 3자 정상회담이 거의 성사단계에 까지 간 적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참여정부 초기 남북정상회담이 거의 성사단계에 갔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또 “내가 대통령일 때도 러시아 측 제안으로 (바이칼호 남쪽에 있는) 이르쿠츠크 시에서 남북한과 러시아 3자 정상회담이 추진된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러시아행=이화영 의원의 다음 달 초 방러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러시아 방문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현재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을 정하는 중이며 한 전 총리도 일정상의 문제가 없으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세미나 참석 후 당 소속 동북아평화위원회 차원에서 남·북·러시아 간 경제협력 및 동북아 주변정세 등을 협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의원 등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모스크바 방문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져 뭔가 정치적 이슈가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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