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자동차이야기]전구만 봐도 안다,1급차인지…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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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중고로 구입한 대우자동차 ‘아카디아’의 브레이크 전구를 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1995년에 생산된 차였는데 생산된 지 10년, 주행거리가 12만 km가 넘었는데도 출고 때 들어간 전구가 그대로 들어 있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전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대우자동차는 일본 혼다에서 부품을 수입해 아카디아를 조립했는데 빼 본 전구에도 일본 메이커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전구 하나만으로도 도요타와 혼다가 왜 미국에서 품질로 인정을 받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엔진과 차체를 만들어 조립하는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작은 부품인 전구를 납품하는 업체까지 동시에 높은 품질력을 갖추지 않으면 ‘품질 신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기자는 현대자동차의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독자에게서 “출고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전구를 여러 차례 교체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지인들과 동호회 등 여러 곳에 수소문해 보니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전구가 끊어져 교체한 사례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현대자동차의 브레이크 전구가 자주 끊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전구 자체의 불량이거나 전원 시스템의 전류가 불안정해 전구에 피로가 누적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초기 품질은 도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향상된 것이 사실입니다. 품질조사기관인 JD파워의 조사결과도 그렇고, 직접 차를 타 봐도 4,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둔한 사람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부품의 품질까지 과연 그런지는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초기 품질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도 사소한 부분을 놓치면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는 힘듭니다.

10년 동안 엔진오일만 교체하면 되는 자동차를 만들려면 차 속에 들어가는 전구부터 엔진까지 고른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죠.

현대차의 발전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100원 짜리 전구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일본 도요타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되새겨 주길 바랍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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