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노숙을 하는 이모(52) 씨는 2일 오후 10시경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최모(53·여) 씨에게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최 씨는 남루한 차림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 씨를 이상하게 여겨 옆으로 두세 발 피했고 이 씨는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 씨는 열차 진입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양손으로 최 씨의 등을 힘껏 밀어 신림역 방향 선로로 떨어뜨렸다.
최 씨는 다행히 선로 사이 공간에 떨어져 다친 곳은 없었으나 열차 진입을 1~2분 앞둔 채 혼자 높이 1m가 넘는 승강장 위로 올라오기는 무리였다. 이 때 이태규(58) 씨를 비롯한 시민 3명이 최 씨를 들어 올려 생명을 구했다.
승강장에 서서 이 광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노숙자 이 씨는 달려온 공익요원들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일 이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메트로는 시민 이 씨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무료승차권과 감사패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03년 6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는 40대 노숙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한 여성 행인의 등을 밀쳐 사망한 사건이 발생,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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