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돈 안준다'며 행인 지하철 선로로 밀쳐

  • 입력 2007년 5월 3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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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구걸하다가 돈을 주지 않는다며 행인을 지하철 선로로 밀쳐 떨어뜨린 노숙자에게 살인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 관악경찰서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노숙을 하는 이모(52) 씨는 2일 오후 10시경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최모(53·여) 씨에게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최 씨는 남루한 차림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 씨를 이상하게 여겨 옆으로 두세 발 피했고 이 씨는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 씨는 열차 진입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양손으로 최 씨의 등을 힘껏 밀어 신림역 방향 선로로 떨어뜨렸다.

최 씨는 다행히 선로 사이 공간에 떨어져 다친 곳은 없었으나 열차 진입을 1~2분 앞둔 채 혼자 높이 1m가 넘는 승강장 위로 올라오기는 무리였다. 이 때 이태규(58) 씨를 비롯한 시민 3명이 최 씨를 들어 올려 생명을 구했다.

승강장에 서서 이 광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노숙자 이 씨는 달려온 공익요원들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일 이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메트로는 시민 이 씨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무료승차권과 감사패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03년 6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는 40대 노숙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한 여성 행인의 등을 밀쳐 사망한 사건이 발생,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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