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미국 학교 총기살인범이 전하는 조승희 해석

  • 입력 2007년 5월 3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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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이 없으면 학교에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갈 수 없는데 총기는 15분 만에 구입할 수 있다. 위험한 행동의 징후가 보이는 학생은 학교측이 즉각 대응해야 한다. 아시아계 이민자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는 가족들 내에서도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수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아시아계는 한 번의 큰 일을 내는 것으로 폭발한다."

15년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그레이트 배링턴 바드 소재 시몬 록 대학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범인 웨인 로. 그는 2일 보도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2주전 버니지아 총기난사 사건의 조승희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자신과 너무나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웨인 로는 18살 청소년으로 꿈에 부풀었던 1992년 12월14일 늦은 밤, 대학 경비초소에 접근하면서 '광란의 총격' 범행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약 20분 만에 학생 1명과 스페인 출신 교수를 총격 살해했으며 다른 4명을 부상케 했다.

12살 때 가족과 함께 대만에서 몬태나주 빌링스로 이민온 그는 타고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으로 일종의 영재학교로 볼 수 있는 시몬 록 대학에 다녔다. 그는 지난 94년 2월4일 1급 살인죄로 가석방 없는 종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수감 중인 매사추세츠 MCI-노퍽 교도소에서 한 인터뷰 요지.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아시아인이 범인이라고 할 때 정말 충격이었다. 일반상식으론 아시아인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이런 생각은 학교 총기살인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2002년 나를 면담했던 비밀정보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아시아인이란 점에서 당신이 조승희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처음에는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만 상세한 내용이 나오면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나와 너무도 많은 유사점이 있다. 나처럼 그도 이민자였다. 총기난사로 이어지기까지의 일들, 그가 보낸 경고 사인은 시몬 록 대학에서 발생했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정신건강이 이슈가 되는데 나의 경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지만 나 역시 그런 식의 경고 사인을 보냈었다. 스토킹만 해도 나도 여자 동급생을 스토킹한 혐의를 받은 일이 있다. 조승희도 사람의 주목을 끌 편지를 썼는 데 나도 그랬다."

-조승희 편지가 당신 것보다 더 위험한 사인을 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모든 경고 사인에도 이 자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웃기는 일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만 해도 15년 전이었고 학교총기살인범 초기 사례 정도에 든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발생한 이런 일에서 뭘 배웠느냐 하는 점이다. 관련 연구도 했고 이젠 전형적인 경고 사인이 뭔지 알 법도 한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었는가."

-그러면 교사들 및 부모들이 이런 경고사인을 포착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과감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학생을 학교에서 추방이라도 해야 한다."

-당신과 조승희 둘 중 하나는 학교추방 징계를 정당화하는 일을 했다고 보는가?

"아니다, 나는 확실히 아니다. 그러나 그(조승희)에게 있어서는, 특히 2007년 현 시점에서 그리고 학교 총기사건의 모든 전례들을 감안하면 다른 기준이 있어야만 한다."

-이런 비극을 피할 더 엄격한 총기규제가 필요한가?

"총기난사 사건을 벌이는 자들은 (신체적)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흉기로 직접 신체에 해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총기를 사용하면 (접촉을 피할) 이른바 '단절(disconnect)'이 있다. 이럴 경우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나는 15년전 15분 만에 총 한자루를 살 수 있었다. 그 때가 18살 때였다. 당시 그 나이로는 학교에서 집으로 갈 자동차도 렌트할 수 없었지만 총은 살 수 있었다."

-전국총기협회(NRA) 회원이었고 총과 사냥이 당신 생활의 일부가 됐었는가?

"사건 당일 밤 나는 처음으로 사격이란 걸 해봤다. 왜, 총을 잡아본 일이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총을 쏘는 날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을까. 면허증이 없으면 차를 운전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경고 사인들 가운데 공통적인 것 중 하나는 사회적 격리다. 당신도 이를 경험했나?

"(일종의 영재학교인) 시몬 록 대학에선 격리감을 느끼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를 이룬다. 나는 기본적으로 전형적인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버림받은 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싫어했고 그래서 그들에게 방어적으로 되는 것을 느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같은 이민자로서 조승희와의 관련성을 언급했는데…?

"정신 건강 같은 주제는 아시아계 이민사회에선 이야기되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 내부에서조차 그렇다. 이런 것은 젊었을 때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것이 계속 커지고, 커지고 하면서 내가 했던 것과 똑 마찬가지 식으로 (조승희도) 행동했다. 아시아인들은 수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양면성을 갖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싸움에 잘 끼어들지 않고 그래서 대수롭지 않은 일은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게 한 번의 엄청난 행동을 낳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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